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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미 경제 둔화에 베팅…AI가 원흉(?)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관련주 매도세 속에 시중 자금이 채권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 성장률 둔화에 베팅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 뉴시스
인공지능(AI) 관련주 매도세 속에 시중 자금이 채권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 성장률 둔화에 베팅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 뉴시스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 성장 둔화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 테마에 대한 우려가 미 성장 둔화 전망으로 이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예상보다 탄탄한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서는 성장세 둔화를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이 29일 발표한 3분기 미 GDP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 3.2%보다 높은 3.4%를 기록했지만 금융시장의 미 성장 전망은 약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AI 실적 쇼크가 방아쇠

AI 관련주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그 방아쇠를 당겼다.

메타플랫폼스를 시작으로 알파벳, 아마존의 분기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알파벳의 분기 마이너스 FCF는 2004년 상장 이후 단 두 번째다. 인텔도 저조한 분기 실적 전망으로 반도체 종목들에 찬물을 끼얹었다.

기술주를 중심으로 증시가 급락하자 투자자들은 안전 자산인 채권으로 다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일시적 현상으로 보지만 다른 이들은 더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됐다고 판단한다.

자금, 주식에서 채권으로

금융시장의 성장률 전망을 나타내는 지표는 지난 2주 동안 방향이 바뀌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효과를 제거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지난주 2.58%로 떨어졌다. 9월초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5년, 30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비슷한 폭으로 하락해 각각 9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수개월에 걸친 국채 매도세가 매수세로 전환된 것이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수익률은 성장 둔화가 예상될 때 하락한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고 채권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지난주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매도하면서 같은 흐름이 되풀이되고 있다. 올여름 흐름보다는 덜하지만 AI 노출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국채 매수에 열을 올리고 있음을 뜻한다.

더블라인의 빌 캠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은 그동안 AI와 중동 긴장 완화 기대 속에 강한 성장에 베팅했지만 지금은 이런 성장 전망 일부를 재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프리야 미스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그 어떤 경제 지표로도 성장 둔화는 찾을 수 없지만 시장은 앞을 내다보는 곳"이라면서 "AI에 대한 재평가는 성장 전망 재평가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지나친 AI 지출 의존

이코노미스트들은 미 경제가 AI 붐에 지나치게 의존적이 됐다고 비판해왔다.

BNY 인베스트먼츠 수석 이코노미스트 빈센트 라인하트는 "성장 구성 요소들이 우려를 자아낸다"면서 "기술 지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이는 미국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 비관론자만 우려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AI 붐이 경기 과열을 부르고, 이게 식으면서 침체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PGIM 미 경제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버트 소킨은 "이른바 두꺼운 꼬리 환경"이라면서 "이렇게 과열된 경제는 종종 침체로 귀결되곤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PGIM이 연초 경기 침체 확률을 10%로 잡았다가 한 달 전에는 20%로 높였다면서 "지난 수주일 간 흐름을 감안할 때…아마도 지금은 25%로 높아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둔화, 일종의 착시일 수도

다만 경기 둔화는 일종의 착시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BNY 최고투자책임자(CIO) 제이슨 그라넷은 "성장률은 대개 전년 대비로 측정한다"면서 지난해 AI 열풍을 타고 거시 지표와 관련 지출이 비정상적으로 치솟았던 기저효과 탓에, 올해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둔화돼 보이는 착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장 속도 수치가 꺾여 보일 수는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경제 체질 자체가 취약해졌다는 신호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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