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걸그룹 칼군무 추는 이재용·최태원…SNS 발칵 뒤집힌 15초 영상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신인 걸그룹 안무에 유명인 얼굴 합성한 숏폼 확산
사진 1~2장으로 제작 쉬워 2030 '놀이문화' 안착
"재미로 만들었어도 초상권·퍼블리시티권 침해 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명 기업인과 방송인 등의 얼굴을 인공지능(AI)으로 합성한 춤 영상이 확산하고 있다. 출처=X계정 profit_LX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명 기업인과 방송인 등의 얼굴을 인공지능(AI)으로 합성한 춤 영상이 확산하고 있다. 출처=X계정 profit_LX

[파이낸셜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걸그룹 안무에 맞춰 군무를 추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격렬한 댄스를 선보인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유명인의 얼굴을 아이돌 안무 영상에 합성한 콘텐츠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며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복잡한 영상 편집 기술 없이 사진 한두 장만 있으면 손쉽게 영상을 제작할 수 있게 되면서 2030세대의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그러나 당사자 동의 없이 얼굴을 합성·유포하는 행위가 일상적인 유희로 굳어지면서 초상권 침해와 딥페이크 악용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분 완성' 쉬워진 제작 문턱…2030 중심의 '합성 밈' 확산

이번 유행의 기폭제가 된 것은 신인 걸그룹 'A2O LITE(에이투오 라이트)'의 곡 '네온(NEON)'이다. 노래 속 가사('니온 앤 비욘드')를 '미혼 앤 비혼', '위염 앤 비염' 등으로 바꿔 부르는 언어유희가 인기를 끌자, 여기에 AI 합성 기술이 결합하며 유명 기업인·배우·방송인의 얼굴을 합성한 패러디 댄스 영상이 쏟아져 나왔다. 방송인 정준하가 박명수와 자신의 얼굴을 합성해 올린 영상은 인스타그램 조회수 약 346만 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확산 배경에는 비약적으로 발전한 생성형 AI 툴이 있다. 별도의 편집 소프트웨어 없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에 사진 1~2장만 업로드하면 약 2분 만에 15초 안팎의 자연스러운 영상이 완성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생성형 AI 이용 경험률은 각각 75.3%, 71.1%로 전체 평균(44.5%)을 크게 웃돈다. AI 활용 문턱이 낮아지며 평범한 이용자들도 손쉽게 숏폼 콘텐츠 생산자로 변모하는 추세다.

"재미 목적이라도 위법"…초상권·퍼블리시티권 침해 경고

문제는 대상자의 동의 없는 무단 합성이 보편화되면서 인격권 침해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단순히 비영리·유희 목적으로 제작한 콘텐츠라 하더라도 타인의 얼굴을 동의 없이 공중에 배포할 경우 민사상 초상권 침해에 따른 불법행위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광고나 수익 창출 등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될 경우 부정경쟁방지법상 '퍼블리시티권(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성명·초상 등을 무단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

정연덕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순히 재미로 소비되는 밈(Meme)이라 하더라도 유명인의 얼굴을 무단으로 합성해 유포했다면 초상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유행에 편승해 제작했더라도 법적 처벌이나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AI 불법 합성물 관련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합성·편집물 관련 피해 건수는 1,616건으로 전년 대비 약 17% 증가했다.

정부, 형사처벌 및 플랫폼 유통 규제 신설 착수

기술과 유행의 변화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에 정부도 법 개정에 나섰다. AI로 모사·변형된 콘텐츠의 경우 실제 얼굴을 그대로 쓴 것이 아니라 법적 인격표지 인정 여부를 두고 해석이 엇갈렸고, 온라인상 익명 제작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실질적 피해 구제가 쉽지 않았다.

이에 지식재산처는 부정경쟁방지법에 AI를 활용해 유명인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유사하게 재현·합성한 콘텐츠를 악용하는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아울러 특별사법경찰의 직무 범위를 확대하고, 주요 유통 창구인 SNS 등 온라인 플랫폼에 침해물 차단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과 함께 제작·소비자들의 윤리적 인식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AI 합성 콘텐츠가 일상적인 놀이로 소비되면서 초상권 침해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질 수 있다"며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조롱이나 놀이의 대상으로 삼는 문화가 지속된다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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