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주 위험하잖아요"...학부모 항의 한마디에 운동회서 이어달리기' 취소 [어떻게 생각하세요]
[파이낸셜뉴스] "오늘 어떤 학부모가 계주 위험하다고 민원 넣어서 취소됐대요." 초등학교 운동회의 '꽃'으로 불리는 이어달리기(계주)가 안전사고를 우려한 학부모의 민원으로 전격 취소됐다는 사연이 알려지며 온라인상에서 공분이 일고 있다. 주민들의 소음 민원으로 경찰이 출동하고 아이들이 아파트 단지를 향해 사과문을 돌리는 일이 잦아진 데 이어, 이제는 학부모의 과도한 간섭으로 고유의 운동회 프로그램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계주 위험하잖아요"라는 민원 넣어서 계주 취소됨'이라는 제목의 글이 빠르게 확산했다. 해당 글에는 초등학생 자녀와 학부모가 나눈 메신저 대화가 담겼다. 대표 주자까지 선발해 연습하던 아이는 학부모 민원으로 종목 자체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전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게시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넘어질까 봐 달리기도 못 하게 하느냐", "학교가 악성 민원에 너무 무기력하게 굴복한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같은 풍경은 교육 현장에서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지난 5월 서울·부산시교육청 통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 초등학교 8곳 중 1곳(12.4%), 부산은 3곳 중 1곳 이상(34.7%)이 소음 민원 등을 이유로 운동장에서의 신체활동을 자체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소음 공해'를 이유로 한 112 신고는 심각한 수준이다. 운동회 소음 관련 112 신고 건수는 2018년 70건에서 2025년 350건으로 7년 새 5배나 급증했다. 이 가운데 98.5%인 345건에 실제 순찰차가 학교로 출동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다수가 항의하기보다는 특정 주민 한 명이 반복적으로 112에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이 계속 학교로 오면 교육 현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운동회를 앞둔 학생들이 인근 주택가에 "죄송합니다, 조금만 놀게요"라는 손글씨 포스터를 붙이며 주민들의 양해를 구하는 웃지 못할 풍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경쟁을 지양한다는 명목으로 전원 공동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게 하거나, 박수와 함성을 자제시키는 '음소거 운동회'까지 등장했다.
학교 현장의 신체활동 위축이 위험 수위에 다다르자 당국과 정치권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청은 전국 시도경찰청에 "학교 운동회 관련 단순 소음 신고는 출동을 최대한 자제하라"는 지침을 하달했고, 교육부 역시 "아이들이 건강하게 뛰놀 수 있도록 어른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입법을 통한 근본적 해결책도 모색되고 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과도한 민원을 넣는 소수의 이기주의로 인해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권리를 빼앗기고 있다"며 '어린이의 목소리는 소음이 아니다 법' 발의를 추진 중이다. 소음·진동관리법상 규제 대상에서 아이들의 목소리를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112 신고 접수·처리 지침을 개정해 정당한 학교 교육 활동을 법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취지다.[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