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언제 돈 버나"... '인텔쇼크'에 탈탈 털린 美 기술주
AI 투자 또다시 시험대 3분기 실적발표 직후 와르르 인텔 시총 1400억달러 증발 메타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미국 증시가 지난달 마지막 이틀 동안 연속 폭락하면서 인공지능(AI)에 집중하던 '빅테크' 주가를 끌어 내렸다. 투자자들은 이제 AI 전망뿐만 아니라 AI에 기댔던 미국 경제 전망까지 걱정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1.09%, 1.82%, 2.86% 하락했다. 해당 지수들은 전 거래일에도 각각 0.25%, 0.3%, 1.38% 내리더니 반등하지 못했다. 특히 나스닥에서 대형주를 모아 놓은 나스닥 100지수는 30일 3.46% 떨어졌다.
■인텔 30%↓… 52년 만에 최대 낙폭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대형주는 인텔이었다. 인텔의 주가는 28.58% 내려앉으며 1974년 이후 약 52년 만에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다. 인텔의 시가총액은 이날 1400억달러(약 187조원) 이상이 증발했다. 이밖에 엔비디아(-4.22%), AMD(-10.88%),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7.95%) 등 AI와 관련된 주요 반도체 주식 역시 동반 하락했다. 미국 상장 30개 주요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7.2% 하락하며 지난 6월 23일 이후 최대 일일 하락 폭을 기록했다.
이번 폭락은 알파벳(28일)과 아마존·인텔(29일)의 3·4분기 실적 발표 직후 시장에서 AI 관련 빅테크들의 수익성에 대한 의심이 증폭되면서 발생했다. 알파벳의 주가는 산하 구글의 검색 매출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면서 29일 하루만에 12.6% 빠졌다. 아마존의 3·4분기 매출 역시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했고, 특히 광고 부문 매출이 기대 이하였다. 인텔의 경우 3·4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에 부응했으나 4·4분기 매출 전망이 나빠지면서 시장의 반도체 회의론을 자극했다.
아울러 31일 미국 신용평가사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같은 달 26일 AI 데이터센터 등 기반시설 건설을 위해 950억달러(약 126조원)를 조달한다고 밝혔던 메타플랫폼스(이하 메타)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했다. S&P는 메타의 자본지출이 급증하고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전환하는 등 재정 상황을 반영해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신용등급 자체는 기존의 'AA-'를 유지했다. 메타는 S&P의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상당한 제품·사업 기회가 펼쳐질 것이며 이는 매우 견고한 신용평가를 뒷받침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AI 기술주에 지나치게 의존
미국 자산운용사 에쿼티 아머 인베스트먼트의 조 티게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캐나다 CBC방송을 통해 "시장이 AI 관련 투자에서 막연한 '희망과 꿈'의 단계를 지나, 이제는 구체적인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 전체가 AI 기술주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BNY인베스트먼트의 빈센트 라인하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3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미국 경제가 "기술 분야 지출에 굉장히 많이 의존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현상은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PGIM의 로버트 소킨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 투자 열풍이 미국 경제를 과열과 침체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언급했다. 그는 미국 경제의 침체 확률이 올해 초 10%였으나 9월에 20%로 올라갔다며 향후 2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FT는 투자자들이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경제 성장 전망치를 낮추고, 안전자산인 국채 매수를 늘린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4%로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으나, 미국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가격은 10월 말에 9월 초 대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email protected] 박종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