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가상자산 해킹 사건, 북미 대화 카드로 급부상
트럼프 "바이낸스 해킹, 北 소행 확인되면 북한과 대화할 것"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북한 해커들의 가상자산 탈취 여파가 외교문제로 번졌다. 북한과 대화를 추진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해당 문제를 논의한다고 예고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이번 해킹 사건이 향후 북미 대화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해킹 사건, 北美 대화 협상 카드로 급부상
ABC방송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킹 사건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배후가) 북한인지는 모르지만, 만약 그렇다면 북한과 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보도자료를 내고 "바이낸스에서 60억달러 이상의 가상자산을 탈취한 사건의 배후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라는 사실을 알린다"고 밝혔다. 앞서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29일 발표에서 해킹 공격으로 거래소의 가상자산이 무단 인출됐다며 "추정 피해 규모가 63억달러(약 8조4155억원)"라고 알렸다. 해당 액수는 가상자산 업계에서 역대 최대 피해액이다. FBI는 범행 주체가 북한의 정예 해킹조직으로 알려진 '트레이더 트레이터'라면서 이들이 "탈취한 자산을 (다른 가상자산) 이더리움으로 바꾸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해킹 문제를 언제 언급할지는 알 수 없다. 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31일 주요20개국(G20) 외무장관 회의 기자회견에서 북미 간에 "아직 회담 일정이 잡힌 건 없다. 오늘 그와 관련해 발표할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점은 김 위원장이 미국과 한국 같은 우리 동맹국들이 우려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면 그에 열려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및 러시아와 밀착 중인 북한이 당장 미국과 대화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선제적으로 무언가를 양보하지 않는 한 북미 정상 간 접촉, 회동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20분 동안 8조원 탈취...속수무책
외신들은 이번 사건에서 북한 해커들의 범행 속도와 규모에 주목했다. 미국 가상자산 분석업체 TRM 랩스는 북한 해커들이 2017년 이후 이번 사건까지 100건이 넘는 해킹 사건을 통해 총 128억달러(약 18조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훔쳤다고 분석했다. 3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관계자를 인용해 사건이 미국 동부시간 기준 29일 오후 4시 20분에 시작돼 약 20분 동안 진행됐다고 전했다. 바이낸스 고위 임원진과 위기 대응팀은 사건 파악 즉시 대응에 나섰으나 계좌에서 가상자산이 출금되는 상황을 막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바이낸스는 29일 초기 조사 결과 소속 기술자의 노트북이 해킹당한 것이 이번 공격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바이낸스의 리처드 텅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 성명에서 "이번 공격은 복잡한 공격이었다"며 "공격 과정에서 도구와 흔적을 파괴하는 자폭 장치를 사용해 추적 및 조사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북한 해커들은 가상자산 발행자들이 도난당한 자산을 동결할 것을 예상하고 훔친 자산을 여러 지갑으로 분산시켰다.
바이낸스는 31일 발표에서 다른 거래소와 블록체인 분석업체, 수사기관 등과 공조해 도난당한 자산 가운데 약 30억달러를 추적해 회수하거나 동결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도난당한 자산의 95%를 자체 자금 등으로 보전했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는 나머지 5%는 유동성이 낮은 자산이기 때문에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킹으로 발생한 손실을 고객에게 전가하지 않고 자체 부담한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1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출금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재개한다고 알렸다.
한편 북한의 해킹공격에 대한 공포는 당분간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31일 보도에서 최근 북한이 영국 IT 업계에 북한 공작원들을 다수 위장 취업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email protected] 박종원 김경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