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결혼 앞둬서" vs "40일 넘게 남았는데"…김용건 '조문 불참' 둘러싼 논쟁 [어떻게 생각하세요]
고(故) 최불암 빈소 불참 사유 알려지며 갑론을박
전통 관습과 현대적 상식의 충돌
[파이낸셜뉴스] 원로 배우 고(故) 최불암의 별세 소식에 추모 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인과 수십 년간 호흡을 맞췄던 배우 김용건의 빈소 불참을 둘러싸고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장남인 배우 하정우의 결혼식을 앞두고 장례식 방문을 삼가는 전통 풍습을 따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랜 생활 관습에 대한 존중'이라는 시각과 '시대착오적인 미신'이라는 비판이 팽팽하게 맞서는 모양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달 10월 31일 빈소를 찾은 동료 배우 백일섭의 전언에서 비롯됐다. 백일섭은 취재진에게 김용건이 전화를 걸어 사정을 털어놨다며, "다음 달에 아들(하정우)이 장가를 가는데, 주변에서 오지 말라고 만류해 오지 말라고 했다"고 사정을 대신 전했다.
하정우는 오는 12월 13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김용건 본인 역시 연합뉴스를 통해 "집안 행사를 앞두고 조문을 피하는 것이 좋다는 주변의 만류로 부득이하게 가지 못했다"며 "마지막 길을 배웅하지 못해 심정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착잡하다"고 토로했다.
두 사람은 MBC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김 회장과 맏아들 역으로 22년간 연기 호흡을 맞춘 각별한 사이다. 이 때문에 김용건의 불참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댓글 창에서는 즉각 찬반양론이 일었다.
비판적인 누리꾼들은 결혼식까지 40일 이상의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빈소를 찾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반평생을 가족처럼 지낸 대선배의 마지막 길인데 핑계로 들린다", "결혼식이 당장 내일도 아닌데 케케묵은 미신을 앞세워 도리를 다하지 않았다", "현대 사회에서 여전히 이런 비합리적 풍습에 얽매이는 것은 아쉽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반면 김용건의 선택을 이해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집안의 대소사를 앞두고 액운을 피하고자 하는 것은 오랜 세월 이어져 온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정서라는 것이다. "자식의 앞날이 걸린 중대사를 앞두고 어르신들이 금기를 꺼리는 마음은 인지상정", "동료 어른인 백일섭 씨조차 만류했을 만큼 어르신 세대에서는 자연스러운 배려", "타인의 애도 방식과 가정사를 두고 제3자가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 비난할 문제는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에는 혼인이나 출산 등 집안에 경사가 예정돼 있거나 반대로 상을 당했을 때 서로의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풍습이 전해져 왔다. 이는 비단 미신적 차원을 넘어, 경사와 흉사가 겹칠 때 발생할 수 있는 당사자 간의 심리적 부담을 덜고 서로를 배려하기 위해 생겨난 일종의 생활 규범이었다.
그러나 가족 형태가 핵가족화되고 합리주의와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보편화된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금기 관습이 오히려 인간적 도리나 진정성 있는 애도를 가로막는 형식주의로 비치며 세대 간·가치관 간 갈등 요인으로 부각되는 양상이다.
한 사회문화 전문가는 "과거의 관습은 공동체 내에서 심리적 안전장치 역할을 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의 진정성과 상호 관계의 깊이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특정 의례나 금기를 맹목적으로 비난하거나 강요하기보다는, 축하와 애도가 교차하는 복잡한 맥락 속에서 당사자들의 고충과 입장을 복합적으로 헤아리는 유연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편, 지난달 29일 향년 87세로 별세한 최불암은 한국 방송사를 대표하는 국민 배우로 대중의 깊은 사랑을 받았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