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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비' '명성황후' 쓴 정하연 작가 별세…향년 82세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정하연 작가 / 한국방송작가협회 제공 /사진=뉴스1
정하연 작가 / 한국방송작가협회 제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장녹수' '왕과 비' '명성황후' 등으로 한국 사극의 한 시대를 함께한 정하연 작가가 별세했다. 향년 82세.

2일 한국방송작가협회와 유족 등에 따르면 고인은 전날 오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1944년 황해도에서 태어난 고인은 연세대 연극반인 연희극예술연구회에서 활동했다. 196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희곡 '산울림'이 당선되며 등단했고, 이듬해 '환상살인'이 국립극장과 경향신문의 장막희곡 공모에 당선됐다.

이후 영화와 라디오, 텔레비전으로 집필 영역을 넓혔다. 1970년대에는 '어느 사랑의 이야기' '연애교실' '그건 너' '목마와 숙녀' '영광의 9회말' 등의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

대중에게는 사극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첫 사극인 '장녹수'(1995)에 이어 '조광조'(1996), '왕과 비'(1998~2000), '명성황후'(2001~2002), '신돈'(2005~2006), '인수대비'(2011~2012) 등을 집필하며 역사 속 인물들의 삶과 권력의 명암을 그렸다.

현대극에서도 인간의 욕망과 복잡한 감정을 다뤘다. '아내'(2003), '욕망의 불꽃'(2010) 등에서 가족과 사랑, 성공을 둘러싼 갈등을 풀어냈다. '욕망의 불꽃'은 대서양 그룹 김태진 회장(이순재) 일가의 비틀린 가족사를 그린 드라마다.

문화예술인들의 삶과 시대상을 담은 작품도 남겼다. EBS 문화사 시리즈 '명동백작'(2004)에서는 명동을 무대로 활동한 문화예술인들을, '지금도 마로니에는'(2005)에서는 김지하·김승옥·김중태 등을 중심으로 1960년대 대학가와 사회 풍경을 조명했다. 마지막으로 집필한 드라마는 2018년 MBC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다.

'마로니에의 길'(1978)로 동아연극상 특별상과 백상예술대상 희곡상을 받았으며, '왕과 비'로 1999년 KBS 연기대상 작가상과 2000년 한국방송프로듀서상 작가상을 수상했다.

고인은 2011년 우먼동아 인터뷰에서 문학을 떠나 돈을 좇아 드라마를 쓴다는 자괴감에 방황했던 시절을 돌아보며 "수많은 사람이 보는 드라마를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선배의 질책을 계기로 자신이 하는 일의 무게를 깨닫고 좋은 글을 써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당시 기준 자신의 글에 취하지 않으려 컴퓨터 대신 원고지에 손으로 글을 쓴다고 밝혔다.

빈소는 서울 순천향대학교병원 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4일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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