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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지 않는 삶, 서로를 받치는 마음…조남대 수필선 [새책]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조남대 수필선 '강물은 서두르지 않는다'
가족·전원생활·여행 담은 수필 30편
한국수필가협회 100인선 32번째 책

강물은 서두르지 않는다/조남대/한국수필출판부·월간 한국수필
강물은 서두르지 않는다/조남대/한국수필출판부·월간 한국수필

처진 빨랫줄을 떠받치는 장대에서 부모의 헌신을 떠올리고, 어머니를 업고 아홉 층 계단을 내려온 이웃에게서 돌봄의 의미를 되새긴다. 조남대의 수필선 '강물은 서두르지 않는다'(한국수필가협회)는 가족과 이웃, 여행에서 길어 올린 경험을 통해 삶을 지탱하는 관계와 자신에게 맞는 속도를 돌아본다.

■작은 사물에서 시작된 돌봄의 이야기
한국수필가협회 100인선의 서른두번째 책이다. 1부 '괜찮아', 2부 '아홉 층을 내려온 사랑', 3부 '산은 도망가지 않는다'에 각각 10편씩, 모두 30편을 실었다. 부록에는 작가 연보를 덧붙였다.

첫 작품 '삶을 받치는 바지랑대'는 빨랫줄을 받치던 장대에 부모의 모습을 겹쳐 놓는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무게를 견디며 자리를 지키는 존재를 통해 가족의 헌신을 돌아본다. 사물 하나에서 출발한 기억은 사회를 지탱하는 신뢰와 연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아홉 층을 내려온 사랑'에서는 그 버팀목이 가족 바깥으로 넓어진다. 엘리베이터 수리로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의 외출이 어려워지자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나선다. 어머니를 업고 보행기를 든 채 아홉 층 계단을 내려오는 수고를 통해, 가족의 돌봄을 함께 나누는 이웃의 선의를 전한다.

'사랑이 머무는 식탁'과 '앞치마를 두른 수사자', '훈육의 세대 차이'는 식탁과 가사, 자녀와 손주를 둘러싼 일상으로 시선을 옮긴다. 익숙한 생활 장면 속에서 가족의 역할과 관계가 달라지는 모습을 살핀다.

■정상보다 소중한 동행, 기다림의 시간
표제작의 무대는 경기 양평의 전원이다. 백운봉을 감싸는 안개와 마당의 빨래, 울타리 너머로 건네는 봄나물, 장터의 인심이 글의 바탕을 이룬다. 작가에게 전원생활은 혼자 누리는 여유를 넘어 서로의 수고를 헤아리며 살아가는 경험이다.

지난 6월 데일리안 연재 '조남대의 은퇴일기' 100회로 공개한 같은 제목의 글에는 이웃이 시야를 가리던 울타리 나무를 정리하고 작가의 집 나무 손질까지 돕는 일화가 나온다. 느리게 사는 일과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는 태도가 함께 드러난다.

'산은 도망가지 않는다'에는 준비 없이 나선 산행에서 정상에 오르지 못한 경험을 담았다. 아내와 손을 잡고 내려오는 길에서 작가는 서로의 속도를 헤아리는 일의 가치를 발견한다. 목표에 도달했는지보다 누구와 어떻게 길을 걸었는지가 앞서는 순간이다.

사진을 찍는 시간에도 비슷한 태도가 담긴다.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과 '빛을 쫓는 사냥꾼'은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 기다리고 움직이는 과정을 다룬다. 여행지의 풍경을 자신의 시간과 포개어 읽고, 역사 현장에서 느낀 감정과 기억을 전한다.

경북 상주 출신인 조 작가는 영남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33년간 공무원으로 일했다. 퇴직 뒤 아내와 자동차로 전국을 일주하고 제주에서 머문 경험을 여행서로 펴냈다. 2019년 월간 '국보문학'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았으며, 시와 디카시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문장보다 진실이 배어 있는 문장을, 목소리를 높이는 글보다 오래도록 잔잔한 울림을 남기는 글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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