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예산 전쟁' 돌입… 미래대응기금 충돌
與 "투자·적립·채무 나눠 활용"
野 "국가채무 감축에 다 써야"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기한 내 처리를 위한 여야 협조를 당부했지만, 여야는 곧바로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하는 104조원 규모의 여유자금을 놓고 정면충돌하면서 '예산전쟁'의 막이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 경기 둔화에 대비해 재원을 쌓아둬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나랏빚부터 갚아야 한다고 맞섰다. 여기에 30조원 이상 삭감까지 예고했다.
이날 오후 국회 예산안 토론회에서 재정경제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미래 성장동력 투자와 경기 둔화에 대비한 적립, 국가채무 관리에 나눠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은 "적정한 배분 비율과 균형점을 찾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며 세 가지 용도 사이의 균형을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162조3000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도 미래 투자와 재정안전판 확보를 함께 겨냥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 45조4000억원을 청년·성장동력 등 4대 분야에 투자하고 12조5000억원은 국채 신규발행 축소에 활용할 계획이다. 나머지 104조4000억원은 향후 세수 감소에 대비해 적립한다는 구상이다.
임명현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과거 추세를 웃도는 추가 세수가 2027년 167조8000억원, 2028년 71조7000억원 발생한 뒤 2029년부터는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규모 적자국채를 발행하면서 104조원 가량의 여유자금을 쌓아두는 것은 모순이라고 반발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정부가 100조1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하면서도 104조4000억원을 적립하려 한다"며 "미래대응기금은 미래세대를 위한 저수지가 아니라 재정통제를 우회하는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104조원은 채무감축에 쓰는 게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임이자 정책위의장도 이보다 더 나아가 정부 예산안에서 158개 문제사업을 지목하며 100대 사업을 중심으로 30조원 이상 삭감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방미래성장지원금 3조5000억원과 청년미래적금 1조7000억원 등을 문제 삼았으며,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1조4500억원을 감액대상으로 꼽았다.
여유자금의 용도뿐 아니라 기금 운용에 대한 국회 통제권도 새로운 쟁점 사안이다. 유 의원은 정부가 국회 의결 없이 기금의 주요 항목별 지출금액을 최대 30%까지 변경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약화할 수 있다며 한도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변경 한도를 20%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3일 예결위원 워크숍을 열어 예산안 심사 전략을 논의하고, 국민의힘도 같은 날 민생예산계획을 발표한다. 국회 예결위는 4일부터 종합정책질의에 돌입한다.
[email protected] 송지원 이해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