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박혜상이 노래하는 미미… "아름다움 꿈 꾸는 마음이 닮았죠"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 미미役
"너무나 소중해서 아껴뒀다 합류"
롤모델 프레니 음반 초단위 분석
코치 만나러 이탈리아도 다녀와
5~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fn-서울시오페라단 공동주최

서울시오페라단 '라보엠'에서 처음 미미 역에 도전하는 소프라노 박혜상(왼쪽)과 코리아쿱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 김광현. 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오페라단 '라보엠'에서 처음 미미 역에 도전하는 소프라노 박혜상(왼쪽)과 코리아쿱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 김광현. 세종문화회관 제공

너무 좋아해서 오히려 쉽게 부를 수 없었다. 소프라노 박혜상에게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은 그런 작품이었다. 특히 미미 역으로 이름을 떨친 이탈리아 소프라노 미렐라 프레니(1935~2020)는 그의 우상이다.

박혜상이 파이낸셜뉴스와 서울시오페라단이 공동 주최하는 '라보엠'에서 첫 미미로 무대에 선다. 2015년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 준우승과 최다 관객상,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창설한 오페랄리아 국제 콩쿠르 2위로 주목받은 그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비롯한 세계 주요 무대에서 경력을 쌓았다.

개막을 앞두고 만난 박혜상은 "너무 소중한 것은 나중에 꺼내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나"며 "제안을 받았을 때 꼭 시간이 맞으면 좋겠다는 마음밖에 없었다"고 돌이켰다. 이전에는 일정도 맞지 않았지만 스스로 준비가 안됐다고 판단했다.

서울시오페라단에 따르면 오는 5일 개막하는 이번 공연은 2024년 흥행작의 재공연이다. 당시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클래식 부문에서 순수 국내 자체 제작 공연 중 유일하게 상위 10개 공연에 이름을 올렸다. 엄숙정 연출은 거대한 책을 형상화한 무대를 유지하면서 인물 간 감정선을 다듬는다. 초연의 미미 황수미가 다시 출연하고 박혜상이 합류한다.

■동경하던 목소리 따라

첫 미미를 준비하며 박혜상은 이탈리아 볼로냐를 찾았다. 라스칼라 극장에서 오래 일한 코치에게 지도를 받았다. 자신의 노래뿐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총보까지 살피며 악기들이 미미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공부했다.

그는 "수없이 들어 잘 아는 오페라라고 생각했는데, 악보를 제대로 보니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보물이 많이 숨겨져 있었다"라며 즐거워했다. 보물이란 음표 사이의 작은 지시들이었다. 유명 음반을 통해 익숙해진 관행(트래디션)과 작곡가가 적어놓은 악보(오리지널)의 차이를 구분하고, 자신의 선택에 이유를 찾았다. 프레니 실황과 음반도 비교하며 1~2초 짧은 구간까지 반복해 들었다. 그는 "모방에서 제 것이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목소리와 삶의 경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결국 다른 것이 된다"고 말했다.

김광현 지휘자는 그 치밀함을 첫 연습부터 느꼈다. 대여섯 차례 '라보엠' 프로덕션을 지휘하며 여러 미미를 만났지만, 박혜상은 처음 배역을 맡는 가수답지 않게 준비돼 있었다. 그는 "첫날부터 거의 완벽하게 공부해 왔고, 본인의 개념과 그렇게 표현하는 이유가 명확했다. 큰 무대에 서온 가수답게 컨디션이 좋든 안 좋든 똑같은 기량을 뽐냈다"고 감탄했다. 박혜상의 질문 공세로 익숙한 악보를 다시 읽었다는 그는 "덕분에 저도 새롭게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또 한 명의 훌륭한 미미를 발견했다"고 칭찬했다.

■"미미처럼 아름다움을 꿈꾸는 사람"

'라보엠'은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이 나누는 사랑과 우정을 그린다. 박혜상은 자수를 놓아 생계를 잇는 미미의 직업에서 인물 해석의 실마리를 찾았다.

그는 "천위에 시들지 않는 꽃을 새기며 영원한 아름다움을 꿈꾸면서 동시에 봄과 햇살처럼 잠깐 머물다 사라지는 것들을 항상 동경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런 미미에게 시인 로돌포가 나타나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라고 말한다. 두 사람이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는 이유도 여기서 찾았다. 미미는 자신의 병을 애써 외면하며 아름다운 것에 집중한다. 그러다 3막에서 로돌포가 가난 때문에 병든 자신을 돌볼 수 없어 괴롭다고 털어놓는 말을 엿듣고, 비로소 병과 죽음의 현실을 마주한다.

박혜상은 "로돌포가 미미를 떠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미미의 결정으로 떠나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과 긍정적인 마음이 크기 때문에 순수한 마음을 죽음까지 가지고 가는 사람"이라고 해석했다.

무대에서는 적극적이고 저돌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성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박혜상은 미미의 서정성과 부드럽게 흐르는 선율이 자신에게 편안하게 다가온다고 했다. 더 깊은 공통점은 꿈꾸는 마음이다. 그는 "좋은 성악가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보다 더 깊은 곳에는 음악에 대한 사랑이 있다. 음악을 통해 좋은 사람이 되고, 세상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 그런 꿈을 꾸는 마음이 미미와 닮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김광현이 이끄는 코리아쿱오케스트라와 위너오페라합창단, 늘해랑리틀싱어즈합창단이 함께한다. 김광현은 '라보엠'의 매력으로 인물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하는 이야기를 꼽았다. 그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면 소소한 재미를 발견할 순간이 많다"며 "가수들이 무대에서 마음껏 노래하고 연기할 수 있도록 오케스트라가 든든하게 받쳐주는 데 신경 쓰고 있다. 오케스트라에 대한 관객의 기대도 큰 작품인 만큼 성악가의 목소리와 어우러지는 풍성한 소리를 들려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박혜상은 "찰나처럼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을 위해 모두가 굉장히 많이 고민한다"며 "관객들도 저마다의 방식과 시선으로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공연은 5~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email protected]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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