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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안경 때문에 멀쩡한 안경도 바꾼다…수능 앞두고 번지는 '뿔테 포비아'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수능 앞두고 뿔테 대신 메탈테 수요 증가
교사 10명 중 8명 "스마트안경 식별 어려워"
"감독관 책임·권한 명확화 등 후속 대책 필요"

지난달 19일 서울 시내의 한 이동통신 대리점에 전시된 AI 스마트 안경. 뉴스1
지난달 19일 서울 시내의 한 이동통신 대리점에 전시된 AI 스마트 안경. 뉴스1

[파이낸셜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의 학부모 박모씨(53)는 지난 10월 말 단골 안경원을 찾았다. 아들이 평소 쓰던 두꺼운 뿔테 안경을 얇은 메탈 프레임으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뿔테 안경을 썼다가 인공지능(AI) 스마트안경으로 오해받아 시험장에서 불필요한 시선을 받거나 검사를 받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박씨는 "새 안경에 적응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안경 도수와 크기는 물론이고 렌즈 종류도 기존 안경과 최대한 똑같은 조건으로 맞춰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평소 착용하던 뿔테 안경을 다른 형태로 바꾸거나 콘택트렌즈 착용을 고민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외관상 일반 안경과 구분하기 어려운 스마트안경이 시험 부정행위에 활용되면서 평범한 안경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스마트안경은 일반 안경과 외관상 큰 차이가 없는 제품도 있어 착용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다. 안경테에 내장된 카메라와 마이크로 주변 상황을 촬영·녹음할 수 있고, AI와 연동해 정보를 검색하거나 일부 제품의 경우 렌즈에 관련 내용을 띄우는 것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시험장에서는 스마트안경을 활용한 부정행위를 어떻게 걸러낼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서울시립대와 연세대 논술시험에서도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수험생이 적발되기도 했다.

수능을 앞둔 고3 학부모뿐 아니라 예비 수험생 학부모들도 대비에 나서고 있다. 고2 자녀를 둔 문모씨(56)는 겨울방학 때 아이의 안경테를 투명한 뿔테로 바꿔줄 생각이다. 얇은 안경테는 착용감과 형태가 마음에 들지 않아 선호하지 않았지만 기존 뿔테가 스마트안경으로 오해받을 가능성을 고려해 대안을 찾고 있다. 문씨는 "어차피 방학 때마다 안경 렌즈를 교체하는 만큼 이번에는 안경테도 함께 바꿔볼 생각"이라며 "수능을 앞두고 갑자기 안경을 바꾸는 것보다는 미리 적응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수능 감독관들 사이에선 스마트안경 착용 여부를 현장에서 가려내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당국은 부정행위 예방을 위해 전담요원을 배치하는 등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지만,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스마트안경의 특성상 현장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달 21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중·고교 교원 27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2.3%는 교육부가 배포한 기존 감독 절차만으로 수능과 모의고사에서 스마트안경 착용 여부를 가려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학생과 감독관 모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구체적인 검사 매뉴얼과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스마트안경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감독관마다 기준이 달라지거나 검사 결과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통일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경희 전교조 대변인은 "교육부가 스마트안경 착용 여부를 최종적으로 누가 판단하는지, 검사 과정에서 민원이나 분쟁이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험생의 시험권을 보호하기 위한 사전 안내와 기술적 판별 체계 구축도 과제로 꼽힌다. 부정행위 방지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정상적으로 시험을 치르는 학생이 불필요한 의심을 받거나 검사 과정에서 시험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감독관에게 검사 책임만 부여할 게 아니라 정당한 검사 요구에 응하도록 하는 학생의 의무와 감독관의 권한도 함께 명시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기술적으로 스마트안경을 식별할 수 있는 전문 장비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mail protected]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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