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불꽃놀이 보고 왔더니 눈이 따끔?"…범인은 날아든 재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불꽃놀이 보고 왔더니 눈이 따끔?"…범인은 날아든 재

[파이낸셜뉴스] 오는 7일 부산 광안리 밤하늘을 불꽃이 수놓는다. 그런데 화려한 불꽃이 터진 자리에는 연기와 미세 분진이 남는다. 바람을 타고 날아든 재가 눈에 들어가면 자칫 각막에 상처가 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 9월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찾은 20대 A씨는 불꽃쇼를 보다가 갑자기 눈이 따갑고 무언가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당시 행사장에는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불꽃 재가 들어갔다고 여긴 A씨는 손으로 눈을 비비고 그냥 귀가했지만, 다음 날까지 이물감과 충혈이 가라앉지 않아 결국 병원을 찾았다.

김안과병원 각막센터 고경민 전문의는 "불꽃축제 직후 눈 통증과 충혈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해마다 나온다"며 "늦가을과 겨울철에는 강한 바람과 건조한 공기로 눈물막이 불안정해져 작은 자극에도 불편을 느끼기 쉽다"고 설명했다.

불꽃축제에서는 폭죽이 터지며 생긴 연기와 미세 분진이 바람을 타고 퍼진다. 가을·겨울철 캠핑장 모닥불 주변에서도 흩날리는 재와 먼지에 노출되기 쉽다. 고려대 연구팀이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오브 더 토털 인바이런먼트(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23년 서울세계불꽃축제와 부산불꽃축제 당시 행사장 인근 초미세먼지 농도가 행사 전보다 크게 높아졌다.

비비면 '각막찰과상'… 깜빡이고 인공눈물로 헹궈야

눈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투명한 조직인 각막에는 신경이 촘촘하게 분포해 작은 먼지에도 따가움, 이물감, 눈물, 충혈이 나타난다. 이물질이 들어간 상태에서 눈을 비비면 각막 표면이 긁혀 상피세포가 벗겨지는 각막찰과상이 생길 수 있다. 통증과 눈부심이 뒤따르고, 상처에 세균이 침투하면 각막염이나 각막궤양 같은 중증 안질환으로 번질 위험도 있다.

눈에 먼지가 들어갔다면 비비지 말고 여러 번 깜빡여 눈물과 함께 빠져나오게 하는 것이 좋다. 그래도 이물감이 남으면 손을 깨끗이 씻은 뒤 인공눈물이나 생리식염수로 헹군다.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눈꺼풀을 벌려 눈 표면을 타고 흐르게 해야 하며, 강한 물줄기를 눈에 직접 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손가락이나 면봉, 휴지로 이물질을 떼어내려는 시도도 삼가야 한다. 각막에 추가로 상처를 낼 수 있어서다. 이물질이 각막에 박혔거나 날카로운 파편에 찔렸다면 직접 씻거나 빼내려 하지 말고, 플라스틱 안대나 종이컵 등으로 눈에 압력이 가지 않게 가린 뒤 곧바로 안과나 응급의료센터를 찾아야 한다.

콘택트렌즈 착용자는 더 조심해야 한다. 렌즈와 각막 사이에 이물질이 끼면 눈을 깜빡일 때마다 마찰이 생겨 각막 손상이 빠르게 진행된다. 이물감이나 통증, 충혈이 느껴지면 손을 씻고 렌즈를 조심스럽게 빼야 한다. 다만 안구건조증이나 상처 때문에 렌즈가 각막에 달라붙어 잘 빠지지 않으면 억지로 빼지 말고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오염된 렌즈는 의료진 확인 전까지 다시 끼지 말고, 수돗물로 씻거나 보관하면 가시아메바 각막염 같은 심각한 감염을 부를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캠핑 중에는 뜨거운 불씨와 재도 조심해야 한다. 불씨가 눈에 닿으면 각막 열화상을 입을 수 있고, 타고 남은 물질의 성분에 따라 화학적 화상이 함께 생길 수 있다. 화학물질이나 유해 잔재물이 눈에 들어갔다면 곧바로 흐르는 깨끗한 물에 15분 이상 충분히 씻어낸 뒤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바람 부는 쪽 피하고, 렌즈 대신 안경을

야외활동 때는 바람 방향과 주변 환경부터 살피는 것이 좋다. 불꽃축제에서는 연기와 분진이 날아오는 바람 아래쪽 자리를 피하고, 모닥불과는 불씨가 튀지 않을 만큼 거리를 둬야 한다. 바람이 세거나 먼지가 많은 곳에서는 콘택트렌즈 대신 안경이나 보호안경을 쓰고, 무방부제 인공눈물을 챙겨 수시로 넣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귀가 후에는 손을 씻고 눈꺼풀 주변 잔여물을 가볍게 닦아내는 것이 좋다.

이미 각막에 찰과상이 생겼다면 이물질을 빼낸 뒤에도 모래가 굴러다니는 듯한 이물감이 계속될 수 있다. 씻어낸 뒤에도 충혈이나 눈부심이 가라앉지 않거나, 눈을 뜨기 힘들 만큼 아프거나 시야가 흐리다면 곧바로 안과에서 각막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고 전문의는 "야외활동 중에는 의식적으로 눈을 자주 깜빡이고 인공눈물로 눈 표면을 촉촉하게 유지해야 한다"며 "이물감이 느껴질 때 손으로 눈을 비비는 행동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