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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무죄가 법왜곡?…구회근 판사 고발, 판결문 속 대법 판례 쟁점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1심 유죄 뒤 광장 합류·2심 무죄
이번 판결 내린 재판장까지 형사고발
고발인 "대법원 판례 인용하고도 법리 적용 안 해"
진술 신빙성 판단과 고의성 입증 관건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 뒤 무죄 판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 뒤 무죄 판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 1심 유죄에서 2심 무죄로 뒤집힌 데 이어, 항소심을 이끈 구회근 서울고법 부장판사까지 법왜곡죄로 고발되면서 판결의 법리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1심 유죄 판결 이후 법무법인 광장이 기존 대륙아주 변호인단에 추가 합류한 가운데 무죄 판결이 나왔고, 이번에는 항소심 재판부가 대법원 판례를 어떻게 적용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경호 변호사는 최근 오 시장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7부 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를 법왜곡죄 혐의로 중대범죄수사청에 고발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도 구 부장판사를 법왜곡죄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김 변호사는 구 부장판사가 정치자금법상 기부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판결문에서 인용하면서도 실제 판단에는 해당 법리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령과 판례를 의도적으로 왜곡해 특정인에게 위법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줄 목적이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도 고발장에 담았다. 사세행 역시 구 부장판사가 증거 판단과 법리 적용 과정에서 특정인에게 유리한 결론을 도출했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고발의 핵심은 단순히 무죄 판결에 대한 불복을 넘어, 재판부가 기존 대법원 판례의 의미를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다른 판단을 내렸는지 여부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월 22일 오 시장이 명태균씨에게 일부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김한정씨에게 비용을 대신 지급하도록 했다는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형사7부는 지난 23일 원심을 뒤집고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김씨 역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판결에서 중요한 부분은 명씨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이었다.

1심은 명씨의 진술과 여론조사 자료 전달 내역, 김씨의 비용 지급 정황 등을 종합해 오 시장이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받았다는 공소사실 일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반면, 항소심은 명씨 진술에 직접 경험한 사실과 추측 또는 과장이 혼재돼 있고, 일부 내용은 객관적인 정황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명씨와 김씨의 2021년 3월 6일 통화 녹취도 검토했다. 이를 통해 김씨가 오 시장과 명씨 사이에 오간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확인하려 했던 정황 등에 주목했다.

또 명씨가 오 시장 측과 접촉하기 전부터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며,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다른 정치권 인사들에게도 자료를 전달한 점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 등을 종합할 때 오 시장이 특정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김씨에게 비용 대납을 요청했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법리적 쟁점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정치자금법상 기부가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이다. 여론조사 결과 제공과 제3자의 비용 지급이 확인되더라도, 해당 비용이 특정 정치인을 위한 정치자금에 해당하는지와 피고인이 그 제공 과정에 어떻게 관여했는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다른 하나는 법원이 그 요건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증거를 어떻게 평가했느냐다. 고발인 측은 재판부가 기존 판례의 취지와 다른 법률 적용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항소심 판결문에서는 기부에 관한 법리뿐 아니라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 요청 자체가 충분히 증명됐는지도 중요한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따라서 기존 대법원 판례와 항소심의 해석이 다른지, 설령 차이가 있더라도 그것이 법왜곡죄에 해당하는지는 구분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법왜곡죄는 법관 등이 타인에게 위법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줄 목적을 가지고 법령 적용 또는 증거 판단 등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단순한 법리 해석의 차이나 상급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범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고의적인 왜곡과 부당한 이익을 줄 목적 등 법정 요건이 충족되는지 별도로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항소심에서 핵심 증인의 진술 신빙성과 개별 증거의 증명력을 달리 평가한 경우, 통상적인 법관의 증거 판단 영역과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의도적인 왜곡을 어떻게 구분할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사건은 1심 유죄 이후 광장이 새로 합류하고 기존 대륙아주도 항소심 변론에 계속 참여하면서 대형로펌 변호인단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 바 있다.

그러나 변호인단 보강이 무죄 판결을 이끌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죄 판결이 고발됐다는 사실만으로 재판부의 법왜곡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이번 고발은 항소심 판결의 법률 적용과 증거 판단이 형사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며 "향후 수사기관이 고발 내용을 검토하면서 문제 된 대법원 판례와 항소심 판결의 구체적인 판단 구조를 어떻게 비교할지, 의도적인 법왜곡을 뒷받침할 증거가 제시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mail protected]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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