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수출 견인 "K드라마 고사 위기"...드라마업계 12개 단체 한목소리[전문]
"제작편수 2년 새 약 30% 감소…1조원 투자·지원체계 필요"
[파이낸셜뉴스] 국내 드라마 제작사와 작가, 배우, 방송사, PD, 스태프 등이 제작편수 급감에 따른 산업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며 정부와 국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연간 드라마 제작편수 회복을 국가 정책목표로 삼고, 1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지원체계를 구축해 달라는 요구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등 방송·드라마 관련 12개 단체는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K드라마의 제작 기반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는 한 업계의 경영난을 넘어 한류와 국민경제가 함께 풀어야 할 국가적 과제"라고 밝혔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드라마 제작편수는 2022년 141편에서 2년 만에 약 30% 감소했다. 단체들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제작 방식에 따른 제작비 상승, 기존 방송사의 투자·편성 여력 축소, 제작사의 지식재산권(IP)과 후속 수익 확보의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특히 제작편수 감소가 일자리와 창작 기회를 줄이고, 숙련 인력의 이탈을 불러 다시 산업 전체의 제작 역량을 떨어뜨린다고 우려했다. "신인 작가의 두 번째 작품, 조연 배우의 첫 주연, 보조 스태프의 연출 데뷔는 꾸준히 작품이 제작되는 환경에서 가능했다"며 "한 번 무너진 제작 기반은 시장 여건이 나아진다고 곧바로 복원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국회에는 △연간 드라마 제작편수 회복의 국가 정책목표 설정 △1조원 규모의 중장기 K드라마 투자·지원체계 구축 검토 △관계 부처의 종합 대응과 2027년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중저예산 작품·신진 인력 지원 검토를 요구했다.
송병준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회장은 "평소에는 서로 입장이 다를 때도 있는 단체들이 한목소리를 내기로 한 것은 그만큼 지금의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지난 성공을 돌아볼 때가 아니라 K드라마의 다음 10년을 준비할 때"라고 말했다.
K-컬처의 핵심인 드라마 산업이 붕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 K-드라마의 다음 10년을 위해 정부와 국회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드라마는 K-컬처의 핵심이자 소비재 수출과 관광 등 다양한 산업에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중요한 동력입니다. K-드라마를 통해 형성된 한국에 대한 관심은 음식·화장품·패션·관광 등으로 확산하며 한류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국내 드라마 제작 현장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국내 드라마 제작 편수는 2022년 141편에서 불과 2년 만에 약 30% 감소했습니다. 이 감소는 거대 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OTT의 제작 방식으로 인한 제작비 상승, 기존 레거시 방송사의 투자 및 편성 여력 축소, 제작사의 지식재산권과 후속 수익 확보의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제작 편수의 급격한 감소는 산업 붕괴로 이어지는 경고입니다. 제작이 줄면 일자리와 창작 기회가 사라지고, 숙련된 인력과 제작 조직의 이탈은 다시 산업 전체의 제작 역량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이에 드라마 제작사와 작가, 배우·실연자, 방송 관련 단체는 지금의 위기를 엄중히 인식하며, 시급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적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함께 섰습니다. K-드라마의 제작 기반은 고사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는 한 업계의 경영난을 넘어, 한류와 국민경제가 함께 풀어야 할 국가적 과제입니다.
현장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제작비는 급등했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작품과 사업자는 줄어들었습니다.
방송사의 편성과 투자 여력은 급격히 축소되었습니다. 지상파 3사의 드라마 편성은 2012년 91편에서 2023년 32편으로 감소했고, 주중 드라마 편성을 중단하는 채널까지 나타났습니다. 광고 수입만으로는 더 이상 제작비를 회수하기 어렵습니다. 드라마에 투자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에서, 제작을 줄이는 것이 방송사에는 합리적인 선택이 되어 버렸습니다.
작품의 성과는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작사는 기획과 제작의 위험을 부담하지만, 지식재산권과 후속 수익을 확보하기 어렵고, 작가와 배우, 실연자와 스태프는 차기작 없이는 경력을 이어 갈 수 없습니다.
한 편의 제작이 무산되면 그 작품에 참여할 수많은 사람의 일자리와 경력이 함께 멈춥니다. 신인 작가의 두 번째 작품, 조연 배우의 첫 주연, 보조 스태프의 연출 데뷔는 꾸준히 작품이 제작되고,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이어지는 환경 속에서 가능했습니다. 오늘 K-드라마를 이끄는 이들도 그 경로를 거쳐 성장했습니다. 이 경로가 끊기면 다음 세대는 현장에 진입하기조차 어려워집니다. 한 번 무너진 제작 기반은 시장 여건이 나아진다고 곧바로 복원되지 않습니다.
K-드라마의 가치는 드라마에 그치지 않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 따르면 2025년 한류 관련 총수출액은 189억 7,500만 달러(약 25조 6,160억 원)이며, 이 가운데 소비재와 관광 수출이 87억 8,800만 달러(약 11조 8,638억 원)에 이릅니다. 여러 한류 콘텐츠가 함께 이룬 성과이며, 드라마는 그 흐름을 이끌어 온 핵심 매개입니다. 드라마가 보여 준 한국의 일상은 음식과 화장품, 패션, 관광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드라마 제작 기반을 강화하는 일은 단순한 콘텐츠 산업 지원을 넘어, 수출과 관광을 견인하고 대한민국의 문화적 위상과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국가적 투자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드라마에 투자할 주체는 누구입니까. 방송사는 투자 여력을 잃었고, 국내 OTT는 여전히 수익성의 한계를 겪고 있으며, 민간 자본의 기대도 크게 낮아졌습니다. 각자가 생존을 위해 투자를 줄이는 사이, 다음 세대의 작품을 만들어 낼 기반은 얇아지고 있습니다.
정부 역시 콘텐츠 정책금융 확대와 드라마 지식재산 확보형 제작 지원 등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는 개별 사업의 증액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제작 편수가 2년 만에 30% 가까이 줄고 방송사의 편성과 투자가 급격히 위축되는 지금은 평시가 아닌, 중대한 위기 국면입니다. 위기의 본질은 산업의 제작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책은 여전히 평시의 관성에 머물러 있습니다. 2027년 정부 예산안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방송영상 분야 예산은 2026년 918억 원에서 2027년 873억 원으로 45억 원 감소했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방송콘텐츠 진흥 예산도 2026년 168억 원에서 2027년 124억 원으로 44억 원 감소했습니다. 매출 약 25조 원, 수출 약 1조 6,875억 원(약 12.5억 달러)에 달하는 방송영상산업의 규모와 경제적 기여를 고려할 때, 정부의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같은 시기 일본은 드라마를 비롯한 실사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국가 전략으로 삼아 2033년까지 수출 2,500억 엔(약 2조 2,500억 원) 이상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내년도 관련 예산을 올해의 다섯 배로 요구했습니다. 경쟁국이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과 우리의 대응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의 크기에 걸맞은 과감하고 전략적인 투자, 그리고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지속적인 정책 수단과 범정부 차원의 대응입니다.
정부와 우리 사회가 K-드라마의 성과에 주목하는 만큼, 그 성과를 이루어 온 현장이 지금 중대한 위기 국면에 있다는 사실도 엄중히 인식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위기의 규모가 달라졌다면 대응의 규모와 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이에 우리는 정부와 국회에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하나. 정부는 연간 드라마 제작 편수 회복을 국가의 정책목표로 설정해야 합니다. 대작뿐 아니라 중저예산 작품과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지속적으로 제작될 수 있어야 합니다. 제작 편수의 회복은 곧 현장의 일자리와 신진 인력의 성장 기회를 지키는 일입니다.
둘. 정부는 1조 원 규모의 중장기 K-드라마 투자·지원체계 구축을 적극 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 방송사의 편성·투자 여력 감소와 민간투자 위축을 보완하려면 정부가 마중물이 되는 새로운 투자재원이 필요합니다. 이 투자의 대상은 드라마 산업 전체의 제작 기반입니다. 투자-제작-유통-수익 회수-재투자의 순환을 복원해 산업 생태계 전반을 다시 세우는 전략적 투자가 되어야 합니다. 국내 방송사·OTT 등과 연계해 투자된 작품이 편성되고 유통될 수 있는 기반도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조성 기간과 재원 구성, 운영 방식은 정부와 방송사 및 제작사가 함께 설계할 것을 제안합니다.
셋. 정부와 국회는 드라마 제작 산업의 위기를 국가적 정책과제로 인식하고 종합 대응에 나서야 합니다. 관계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제작 현장과 협의해 중장기 투자체계 설계에 착수하고, 국회는 2027년도 예산 심의에서 중저예산 작품과 신진 인력을 위한 지원을 검토해야 합니다.
우리도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제작비 구조를 합리화하고, 공정한 제작 관행을 정착시키겠습니다.
지금은 지난 성공을 자축할 때가 아닙니다. K-드라마의 다음 10년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무너지는 토대에 지금 개입하지 못하면, 세계가 사랑한 K-드라마의 성과가 이어질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정부와 국회의 응답을 촉구합니다. 우리 산업계도 그 길에 함께하겠습니다.
2026년 11월 4일
<참여단체(가나다순, 총 12개 단체)〉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드라마PD협회,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한국방송연기자협회,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한국방송촬영인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PP협의회, 한국PD연합회,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email protected] 신진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