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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편수 30% 급감"…K드라마가 제작편수 회복을 호소하는 이유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박해영 "함께 일하던 보조작가 모두 쉬고 있어"
신인 성장·숙련 인력 유지, 제작 생태계 붕괴 위기

K-드라마 지원 촉구하는 김태봉 한국방송촬영인협회 회장. 연합뉴스
K-드라마 지원 촉구하는 김태봉 한국방송촬영인협회 회장.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K팝·드라마 등 콘텐츠를 매개로 소비재 수출과 관광 등 연관산업의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가운데, 정작 한류의 주축인 드라마업계에서는 "산업 붕괴가 걱정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흥행작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정작 국내 제작 기반은 붕괴 위기라는 것이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등 방송·드라마 관련 12개 단체는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연간 드라마 제작편수 회복을 국가 정책목표로 설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이 위기의 핵심 지표로 제시한 것은 제작편수다. 협회에 따르면 국내 드라마 제작편수는 2022년 141편에서 2년 만에 약 30% 감소했다.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작품 수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제작이 줄어 신인들이 경험을 쌓지 못하고 숙련 인력이 현장을 떠나면, 앞으로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낼 역량 자체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흥행작은 나오는데…그다음 작품 만들 사람은 사라진다

송병준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회장은 이날 '제작편수 회복이 중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100편이 있다면 한 편의 성공한 드라마보다 나머지 99편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그것이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일자리를 보장해 주고 다양한 창작력이 이어지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많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새로운 작가와 배우가 발굴되고, 스태프의 경험과 기술이 축적된다. 그 토대 위에서 세계적인 흥행작도 탄생한다는 뜻이다.

한국방송작가협회 저작권위원장인 박해영 작가의 설명은 이런 위기가 현장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준다. 박 작가는 "드라마를 끝내고 나면 그다음 프로그램에 보조작가를 넘겨주든가 이어줘야 하는데, 제 밑에서 일하던 보조작가가 모두 놀고 있다"며 "많은 보조작가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 분야의 인력이 숏폼·웹 기반 콘텐츠·게임 등 다른 영역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김태봉 한국방송촬영인협회 회장도 "오랜 경험과 기술을 쌓아온 스태프들이 축적된 역량을 계속 발휘하지 못하고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배우·성우·코미디언 등 약 1만8000명이 속한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는 재방송 등 2차 이용에 따른 사용료 감소를 통해 위기를 설명했다. 송영웅 이사장에 따르면 협회의 사용료 징수액은 2024년 약 470억원에서 2025년 약 340억원으로, 1년 새 130억원가량 줄었다. 약 28% 감소한 규모다.

송 이사장은 "13억원도, 30억~40억원도 아닌 130억원이 줄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송 이사장은 기존 방송사와 달리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서는 권리를 일괄 양도하는 계약 구조로 인해 실연자들이 작품의 후속 이용에 따른 별도 사용료를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 2000억원씩 5년"…제작·편성·유통 묶어 지원해야

드라마업계는 정부의 지원 예산이 오히려 줄어든 점도 지적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2027년 정부 예산안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방송영상 분야 예산은 올해 918억원에서 873억원으로 45억원 줄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방송콘텐츠 진흥 예산도 168억원에서 124억원으로 44억원 감소했다. 단체들은 제작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위기의 규모에 걸맞은 투자와 지속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업계가 제안한 해법은 정부가 마중물이 되는 중장기 투자·지원체계다. 공동 회견문에는 1조원 규모의 체계 구축을 검토해 달라는 요구가 담겼다. 연간 2000억원씩 5년간 총 1조원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회당 약 8억원, 12부작 기준 총제작비 약 100억원의 중저예산 드라마 약 40편을 제작하려면 연간 4000억원가량이 필요하고, 이 가운데 절반을 정부가 뒷받침하자는 계산이다. 나머지는 방송사·OTT 등 플랫폼의 투자로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 협회 측 설명이다. 업계는 정부 지원과 함께 제작비 구조 합리화, 공정한 제작 관행 정착 등 자구 노력도 약속했다.

박 작가는 이날 "저의 꿈은 재미있는 드라마를 계속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국내 산업 규모에 맞춰 우리 힘으로 지속해서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야 글로벌 OTT가 다른 콘텐츠를 찾아 투자처를 옮기더라도 K드라마 생태계가 자생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병준 회장은 "평소에는 서로 입장이 다를 때도 있는 단체들이 한목소리를 내기로 한 것은 그만큼 지금의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지난 성공을 돌아볼 때가 아니라, K-드라마의 다음 10년을 준비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김종창 한국드라마PD협회 회장, 송영웅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이사장, 박해영 작가(한국방송작가협회 저작권위원장), 김태봉 한국방송촬영인협회 회장, 김기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지부장이 함께했다.

K-드라마 지원 촉구하는 송영웅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이사장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송영웅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이사장이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K-드라마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K-드라마 지원 촉구하는 송영웅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이사장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송영웅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이사장이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K-드라마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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