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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세도 앞치마 두르고 돈가스 튀겨… 7080 일자리 만드는 日 [늙어가는 한국, 먼저 늙은 일본에서 답을 찾다]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4) 일본 후쿠오카현 '바아찬깃사' 가보니
매주 토요일 문 여는 할머니 찻집
오랜 조리 경험을 일자리로 연결
은퇴한 70대 "다시 일하니 힘나"
출근·업무 속도는 각자 사정 따라
할 수 있는 만큼 일하고 수익 공유
지속가능한 고령자 일자리 모델로

지난달 24일 일본 후쿠오카현 가스가시의 '바아찬깃사(ばあちゃん喫茶·할머니 찻집) 가스가 부도노니와점'에서 고령자 조리 참여자들이 점심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사진=서혜진 특파원
지난달 24일 일본 후쿠오카현 가스가시의 '바아찬깃사(ばあちゃん喫茶·할머니 찻집) 가스가 부도노니와점'에서 고령자 조리 참여자들이 점심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사진=서혜진 특파원

【파이낸셜뉴스 가스가(일본)=서혜진 특파원】 "일을 쉰 기간이 있어 처음에는 걱정했어요. 지금은 하루하루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4일 오전 일본 후쿠오카현 가스가시의 '바아찬깃사(ばあちゃん喫茶·할머니 찻집) 가스가 부도노니와점'. 점심 준비가 한창인 주방에서 다시 일할 때 불안하지 않았는지 묻자 히타 미치코씨(70대)가 이렇게 답했다. 고령자용 도시락을 만들다 일을 그만뒀던 그는 "여기 와서 기운이 난다"고 말했다.

좁은 조리대 앞에는 알록달록한 머릿수건을 쓴 여성 네 명이 나란히 서 있었다. 한쪽에서는 두부를 썰고 옆에서는 가위로 미역을 잘랐다. 냄비에서는 돈가스가 튀겨지고 있었다. 점심 한 끼는 950엔(약 8100원). 오랜 조리 경험이 판매할 음식이 되고, 참여자에게는 일한 대가와 사람 만나는 즐거움으로 돌아온다. 75세 이상 고령자의 일자리를 만드는 일본 기업 우키하노타카라는 지역 운영자들과 이런 카페를 늘리고 있다.

■86세도 주방…각자 형편 맞춰 출근

카페는 NPO법인 가스가 마을만들기 지원센터 '부도노니와'가 운영하는 지역 교류시설 안에 있다.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문을 연다. 참여자들은 오전 9시께 장을 보고 9시 30분께부터 음식을 준비한다.

이날 메뉴는 안심 돈가스와 당고지루(반죽을 넣어 끓인 국), 당면 초무침, 감자샐러드였다. 평소 손님용 15인분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식사를 더해 만들지만 이날은 예약이 많아 준비량을 늘렸다.

조리할 때 가장 신경 쓰는 점을 묻자 후와 요코씨(86)는 "무엇보다 식중독이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신선한 재료를 당일 사서 그날 모두 사용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메뉴에는 제철 재료와 참여자들이 먹고 싶은 음식도 반영한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조리대에 접시가 줄지어 놓였다. 샐러드와 감자튀김, 돈가스를 담고 밥과 국을 곁들인 식판이 주방 밖 테이블로 옮겨졌다.

장보기와 주문, 운영을 돕는 오타 마유미(59) 부도노니와 이사는 출근 일정을 조율하고 회사 측과 연락한다. 매주 오는 사람도 있지만 건강이나 가족 사정에 따라 쉬거나 가족의 도움을 받아 가끔 참여하기도 한다. 오타 이사는 "즐겁게 일하도록 무리시키지 않으려 한다"며 "각자 자기 속도에 맞춰 일한다"고 설명했다.

■감당할 만큼 팔고 수익은 함께 나눠

보수는 일반 음식점의 시급제와 다르다. 참여할 때 교통비를 지급하고 행사 등에서 수익이 나면 함께 나눈다. 판매량을 늘리려고 조리를 재촉하기보다 참여자들이 감당할 범위에서 운영한다.

오타 이사는 "이 인원에게 시급을 맞춰 주려면 음식을 훨씬 많이 만들어야 해 할머니들에게 부담이 된다"며 "스스로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나온 이익을 나눈다"고 말했다. 이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사람들이 기뻐해 주는 데다 돈도 받는 것이 기쁜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자들이 꼽은 변화는 일상에서 드러났다. 시설 운영에도 관여해온 73세 여성은 "집에서는 말을 하지 않을 때가 많지만 여기서는 누구와도 이야기하게 된다"며 "누군가 농담을 하니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히타씨도 일하는 가장 큰 이유로 "다 같이 즐겁게 지내는 것"을 꼽았다.

홀에서는 손님들이 둘러앉아 식사하고, 젊은 방문객과 앞치마 차림의 참여자들이 대화를 나눴다. 일터를 유지하려면 손님이 다시 찾을 이유도 있어야 한다. 오쿠마 미쓰루 우키하노타카라 대표는 "음식은 맛있어야 한다"며 고령자가 일한다는 사정에 기대기보다 손님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타 이사의 어머니도 이곳에서 일한다. 그는 "어머니가 건강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 기쁘다"며 "저도 나이가 들었을 때 여기서 즐겁게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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