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커피에 밀리고 전쟁에 수출길 막혀… 커피믹스 ‘쓴맛’
3분기 인스턴트 커피 수출액
1억1746만弗…전년比 44%↓
커피전문점 늘며 국내 매출 뚝
중동·러시아 등 해외 핵심 시장
전쟁 장기화에 수출 물량 급감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된 커피믹스가 국내 커피전문점 확산과 글로벌 전쟁 여파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소비자들이 커피전문점으로 발길을 돌려 내수 시장이 위축된 데다 최대 수출처인 중동 지역마저 전쟁으로 판로가 막혀 수출은 반토막이 났다.
4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누적 기준으로 커피믹스 등 인스턴트 커피 수출액은 1억1746만달러로 전년 동기(2억1016만달러) 대비 9270만달러(44.1%) 급감했다. 3·4분기 누적기준으로 인스턴트 커피 수출액은 지난 2022년 1억6864만달러, 2023년 1억5704만달러, 2024년 1억5917만달러에 이어 지난해 2억1016만달러까지 치솟아 상승세를 탔으나 올해 들어서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중동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다. 국산 커피믹스의 핵심 수출 시장은 이스라엘을 포함한 중동과 러시아 지역이다. 국내 제조사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동결 건조 기술로 원두 고유의 맛과 향을 살려내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사막의 폭염이나 혹한의 추위 등 극한의 기후에서도 변질 없이 간편하게 타 마실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특히 커피믹스에 들어가는 프리머는 팜유와 야자유 등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져 할랄 인증이 용이해 동물성 우유를 쓰는 유럽식 커피보다 중동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중동 전쟁이 격화하면서 최대 시장인 이스라엘 등 중동 전역으로 향하는 바닷길이 막혔다. 해외 현지 생산이 아닌 국내 생산 후 수출하는 구조다 보니 지정학적 통상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실제 지난해 1~9월 전체 수출액(2억1016만달러) 가운데 이스라엘 비중은 4041만달러로 19.2%에 달했으나 올해는 실적이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다.
여기에 러·우 전쟁에 따른 대러 제재가 계속되면서 또 다른 핵심 시장인 러시아 수출도 묶였다. 아울러 맥심과 카누 등을 앞세운 국내 커피믹스 시장 1위 동서식품이 해외 수출에 나설 수 없는 구조적 한계도 전체 수출 확대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시장에서는 저가 커피 등 커피전문점의 폭발적인 증가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커피전문점 수는 코로나19 시기인 지난 2020년 8만3000여곳에서 가파르게 늘어 2024년 10만6452곳을 기록하며 10만곳을 돌파했다. 반면 국내 인스턴트 커피 시장 규모는 2023년 1조3243억원에서 2024년 1조3038억원, 지난해 1조2299억원으로 줄어들며 역성장 추세다.
업계에서는 국제 통상 리스크 해소와 원부자재 가격 안정이 수출 회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중동 전쟁으로 수출길이 막힌 것은 물론 국제 팜유와 원두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가성비라는 커피믹스 특유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했다"며 "내수 시장이 구조적인 축소 국면에 접어든 만큼 종전 등 대외 통상 환경이 개선돼야 수출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박경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