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유럽, 다음 트럼프의 행보에 촉각 [美중간선거]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지 약화된 트럼프, 외교에 주력할 듯
돌출 외교 행보에 유럽 긴장감 고조
외교·국방 정책 영향 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4월2일 미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함께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공개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4월2일 미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함께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공개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유럽 국가들은 미국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의회 다수당이 된 것에 정치적 상처를 입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임기 2년 동안 외교 무대에서 더욱 예측 불가능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한 외교관은 4일(현지시간)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권력이 약화된 '레임덕'이라기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미친 개(Mad Dog)'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외교 정책에 더욱 집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이란과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유럽 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상태다.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의회가 군사비 지출 감시와 청문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전 종식을 압박할 수는 있지만, 트럼프가 의회의 전쟁 종식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상·하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해 실질적인 제동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적 입지 때문에 조속한 사태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에는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새 의회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공 시스템 및 탄도미사일 요격기 등 필수 군사 물자 지원을 재개하고, 러시아에 대해 한층 강경한 태도를 취하도록 백악관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선거 패배로 주유럽 미군 전면 철수와 같은 파격적인 주장은 다소 진정될 수 있으나, 미국의 유럽 안보 이탈 기조 자체를 바꾸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미 국방부는 이미 독일 주둔 미군 5000명 철수를 발표했으며 유럽 내 배치 태세를 검토 중이다. 민주당 하원이 단기적인 안전판 역할을 할 수는 있겠지만, 유럽 국가들은 "더 이상 미국의 안보 우산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자체 방위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무역 분야에서도 큰 틀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관세 설정과 무역 협정 권한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EU와 미국은 2025년 7월 체결된 무역 협정에 따라 EU 제품에 15%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의 화풀이로 추가 관세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한편, EU 내 일부 의원들은 약화된 트럼프를 상대로 15% 관세 면제 및 철강 관세(50%) 인하 등 무역 협정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섀런 허드슨-딘 연구원은 스카이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향후 의회 차원의 청문회와 감독, 법적 규제가 강화될 것이며, 민주당은 의회의 예산 심의권을 바탕으로 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드슨-딘 연구원은 특히 무기 판매 승인을 비롯해 현재 진행 중인 미국 국방부의 예산 재편 과정에 의회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사일 종류와 신기술 도입, 인공지능(AI)의 군사적 활용 등 거대 예산이 투입되는 주요 국방 과제들이 의회의 정밀 검증 대상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 의회가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 발언권을 대폭 강화하고 철저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향후 1년간 미국이 글로벌 외교·안보 이슈에서 어떠한 입장을 취할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윤재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