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 돌려줍니다"…흰 드레스 입고 '이혼식' 연 여성, 120만 명 봤다
[파이낸셜뉴스] 흰 드레스를 입고 부케를 든 주인공이 하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한다. 겉모습은 영락없는 결혼식이지만 식순은 정반대다. 화촉을 밝히는 대신 촛불을 끄고, 성혼선언문 대신 '이혼선언문'을 낭독한다. 과거 받았던 축의금에 보답하는 '축의금 환불센터'까지 열렸다. 결혼의 종결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새로운 출발을 축복하는 이른바 '이혼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존스홉킨스 출신 암센터 연구원이자 쌍둥이를 홀로 키우며 작가로 활동 중인 조승연(37) 씨다. 조 씨는 지난달 2일 서울 종로구 북창동의 한 복합문화공간에서 지인들을 초대해 이혼식을 열었다. 조 씨가 SNS에 공개한 현장 영상은 누적 조회수 120만 회를 넘어서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날 행사는 기존 결혼식의 상징적 요소들을 유쾌하게 비튼 구성으로 채워졌다. 조 씨는 성혼선언문 대신 홀로서기를 다짐하는 이혼선언문을 낭독했고, 예물 교환 대신 반지를 던지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폐백 순서에서는 다산을 기원하는 대추 대신 고추를 던졌으며, 스파클라 불꽃을 태우며 과거의 후회를 털어내는 시간도 가졌다.
특히 하객들의 눈길을 끈 것은 '축의금 환불센터'였다. 과거 결혼식 당시 축의금을 냈던 지인들에게 현금을 돌려주는 대신, 힘든 이혼 과정을 곁에서 지켜주고 응원해 준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은 손편지와 복권을 건넸다.
조 씨는 이혼식을 기획한 배경에 대해 "이혼은 사회가 정한 생애주기 루트를 벗어나 스스로 내린 주체적인 삶의 결정"이라며 "새로운 시작을 축하한다는 본질에서 결혼식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 익숙한 결혼식 요소를 차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혼을 쉬쉬하는 분위기 탓에 정보가 부족했고 그 막막함이 두려움으로 다가왔다"며 "이혼 후에도 각자의 삶을 당당히 꾸려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선례가 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이혼 건수는 매년 약 9만 쌍 안팎을 기록하며 보편적인 삶의 경로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4월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성인 응답자의 85%가 이혼을 수용 가능한 선택으로 여긴다고 답했다.
조 씨의 이혼식을 둘러싼 대중의 반응은 엇갈리면서도 뜨겁다. 대다수 누리꾼은 "이혼 역시 인생의 한 과정일 뿐, 당당하게 새 출발을 선언하는 모습이 신선하고 멋지다", "이혼을 음지에 숨기지 않고 긍정적으로 마주하는 태도가 인상적이다"라며 지지를 보냈다.
반면 "이혼을 개인의 선택으로 존중하는 것과 축제로 소비하는 것은 별개", "아무리 시대가 변했어도 이혼을 잔치처럼 여는 것은 아직 낯설다"는 신중론도 공존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