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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 만에 무너진 공화당 '성지' 캔자스 [박종원의 그때 여기]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美 중부 캔자스에서 94년 만에 민주당 상원의원 탄생
캔자스, 탄생부터 노예제 갈등으로 민주당 거부 정서 팽배
공화당 덕에 정식으로 주(州) 승격, 탄생부터 공화당과 동행
트럼프 2기 정부 들어 연료 및 물가상승으로 민심 흔들려
좌파 이념과 거리 둔 목회자 출신 후보가 중도표 흡수

지난 9월 6일 미국 캔자스주 로런스 인근에서 촬영된 해바라기.AP연합뉴스
지난 9월 6일 미국 캔자스주 로런스 인근에서 촬영된 해바라기.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캔자스주에서 열린 중간선거에서는 94년 만에 이변이 발생했다. 상원의원 선거에서 1932년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기 때문이다. 대를 이어 공화당을 지지했던 캔자스인들은 오르는 물가를 참다못해 그나마 좌파 이념과 거리가 있는 목회자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캔자스주는 약 21만3100km² 넓이에 약 297만명이 사는 곳이다. 비교하자면 한반도 전체 면적에 인천광역시 인구가 모여 산다고 볼 수 있다. 본래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살던 곳이었으나 1682년 영유권 선언 이후 프랑스 영토가 되었다. 프랑스는 이후 1803년에 북미 대륙 중부 식민지를 신생 미국에 매각하면서 캔자스주도 함께 넘겼다. 캔자스주는 이후 1821년까지 미주리 '준주(임시 자치 영토)'에 속했다가, 미주리주가 정식 주(州)로 승격되면서 분리되어 소속이 없는 땅이 되었다. 1854년까지는 원주민 거주 지역으로 쓰였다.

1854년 당시 동부의 미국 연방 정부는 서부로 향하는 대륙 횡단 철도 건설을 위해 캔자스를 포함한 중부 미개척지에 행정 조직부터 만들고자 했다. 캔자스와 네브래스카에는 같은 해 5월 30일 제정된 '캔자스·네브래스카법'에 따라 각각 준주가 설치되었다. 해당 법률에는 지역 주민들이 노예제 폐지 여부를 투표로 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제의 법률은 캔자스에 피바람을 불러왔다. 미국 연방 의회에서는 1820년 '미주리 타협'을 통해 북위 36도 30분을 경계로 이보다 북쪽에 신설되는 주에서 노예제를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해당 조치로 미국 내 노예제 찬성주와 반대주는 각각 12개로 조정되었다. 1854년에 새로 탄생한 2개의 준주는 모두 북위 36도 30분 이북에 있었다. 당시 미국 정가의 노예제 반대 세력은 캔자스·네브래스카법이 미주리 타협을 파괴했다며 이에 대항하기 위해 공화당을 조직했다.

미국 지도와 '미주리 타협(북위 36도 30분)' 경계.사진= [AI생성 이미지 - Gemini]
미국 지도와 '미주리 타협(북위 36도 30분)' 경계.사진= [AI생성 이미지 - Gemini]

좀 더 북쪽에 있던 네브래스카는 주변에 노예제를 반대하는 주들이 많아 별다른 충돌 없이 1861년에 노예제를 금지했다. 캔자스의 경우 노예제를 강력히 옹호했던 미주리주와 동쪽 경계를 접하고 있었다. 그 결과 캔자스에는 노예제를 찬성하는 미주리 및 남부 출신 외부인들이 대거 유입되어 캔자스를 노예제 찬성 진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캔자스에서는 1854~1859년 사이 노예제 찬반 대립으로 각종 암살과 납치, 국지전이 벌어지면서 이른바 '피 흘리는 캔자스'로 불리는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 추정치에 따라 약 50~20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해당 충돌은 미국 역사에서 남북전쟁의 전초전으로 불린다. 결국 캔자스는 자체 투표를 통해 노예제를 금지하는 주가 되었다.

이후 외부의 노예제 찬성 세력을 격퇴했던 캔자스인들은 신생 공화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이끌던 공화당은 1861년에 캔자스를 정식 주로 승격시켜 주었고, 1862년에는 공화당 정부의 무상 토지 분양으로 인해 북부의 공화당 지지층이 캔자스로 대거 이동했다. 아울러 현지인들 사이에는 고향에서 행패를 부렸던 외부인과 노예제를 찬성했던 민주당을 거부하는 정서가 자리 잡았다. 캔자스주는 1903년에 피 흘리는 캔자스 사태와 남북전쟁 끝에 자유를 쟁취한 정착민을 기념해 해바라기를 주의 공식 상징으로 삼았다.

캔자스의 공화당 지지 정서는 올해까지 유지되었다. 간혹 하원의원이나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인물이 뽑히기는 했지만, 상원의원만큼은 공화당 후보가 가져갔다. 하지만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은 현지 민심을 뒤흔들었다. 전체 노동 인구의 약 9%를 차지하는 농업 관계자들은 이란전쟁에 따른 경유 및 비료 가격 상승으로 농사가 어려워졌다. 노동인구의 17.5%에 달하는 유통 및 물류 관계자들도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정책과 물가 때문에 생계가 힘들어졌다. 아울러 캔자스에는 2000년대 이후 교외 지역에 IT와 생명공학, 배터리 관련 기업이 들어서면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젊은 도시 인구가 유입됐다.

또한 이번에 민주당 상원의원에 당선된 애덤 해밀턴 후보는 감리교 목사 출신으로 민주당 중앙당의 강성 좌파 이념과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척 슈머 민주당 연방 상원 원내대표(뉴욕주)를 지원하는 정치 후원단체에게서 500만달러(약 67억원)를 받았지만 슈머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애초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계획이었던 해밀턴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이념이 아닌 캔자스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중도표를 다수 흡수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캔자스주 캔자스시티에서 민주당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애덤 해밀턴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캔자스주 캔자스시티에서 민주당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애덤 해밀턴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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