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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부터 '따까리'까지…K콘텐츠 속 욕을 새로 읽다...'NEW 욕'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영화기자 출신 홍수경이 쓰고 출판사 이응서 출간

'NEW욕' 책 이미지. 이응 제공
'NEW욕' 책 이미지. 이응 제공

[파이낸셜뉴스] "2015년 난데없이 '개××'의 '개'가 동물이 아니라 '가짜'라는 설이 나왔다. '개××'가 아버지가 아닌 외간남자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뜻한다는 주장이다. 국립국어원이 '개××'는 개의 새끼가 맞다고 재차 발표하면서, 결국 '개'는 인륜과 도덕을 저버린 최악의 인간에게 붙는 '불명예 접두사'로 남았다."(2장 개××'개는 그토록 사랑하면서' 중에서)

K콘텐츠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한국 영화와 드라마 속 욕을 탐구한 책이 나왔다. 영화 기자 출신 홍수경의 'NEW 욕'이다. 부제는 'K-콘텐츠로 한국 욕 새로 보기'. 뉴욕에 사는 저자가 한국의 욕을 새롭게 들여다본다는 뜻을 'NEW 욕'이라는 제목에 재치 있게 담았다.

뉴요커의 눈으로 다시 읽는 한국의 욕
"뭐라 했느냐, 지금 씨×이라 하지 않았느냐" 지체 높던 단종은 적나라한 욕에 귀를 의심하고(영화 '왕과 사는 남자'), 세종대왕은 한글 창제를 반대하는 사대부에게 "지×하고 자빠졌네"대놓고 꾸짖는다(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주변인을 열등하게 대하는 상류층 자제는 '나이스한 개××'라 불리고(드라마 '더 글로리'), 얼치기 사기꾼은 모든 면에서 뛰어난 경찰을 두고 '막연하게 개××인 줄 알았는데, 구체적으로 →새←'라는 기막힌 평가를 내린다(영화 '마스터').

반려견을 가족처럼 아끼면서 사람에게는 '개××'라고 욕하는 모순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2015년에는 '개'가 동물이 아니라 '가짜'를 뜻한다는 설이 나왔지만, 저자의 표현대로 '개'는 인륜과 도덕을 저버린 인간에게 붙는 '불명예 접두사'로 남았다.

욕의 뜻과 온도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미치다'는 이제 무언가에 깊이 몰두하는 열정을 나타내기도 한다. 달리기나 영화 등 특정 대상에 빠진 사람을 가리키는 '-친자'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영화 '드림'의 소민(아이유 분)을 통해서는 과거의 거칠고 위협적인 '미친×' 이미지와 다른 인물상을 살핀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는 누군가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사람을 낮춰 부르는 '따까리'가 뜻밖의 위로가 된다. 자영(전종서 분)의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면 누구나 늘 주인공으로만 살 수는 없다. 때로는 다른 사람을 뒷받침하고, 또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 책은 여러 '따까리'가 서로를 지탱하는 연대에서 삶을 움직이는 힘을 발견한다.

반대로 평범한 호칭이 차별을 담은 말로 변하기도 한다. '아줌마'에 실리는 멸시, 여러 단어 뒤에 붙어 사람을 벌레로 만드는 '충' 등을 통해 욕이 개인의 감정을 넘어 집단에 낙인을 찍는 방식도 들여다본다.

뉴욕 생활에서 접한 영어 욕과의 비교도 곁들였다. 영어 자막에서는'쉿(Shit)'이나 '퍽(Fuck)'등 몇몇 표현으로 옮겨지는 한국 욕이 실제로는 얼마나 다양한 정서와 강도를 지니는지 짚는다. 한국어가 신체 부위를 낮춰 부르는 방식과 영어의 비하 표현을 비교하며 두 언어의 공통점과 차이점도 살핀다.

저자는 '프리미어'와 '무비위크'에서 영화 기자로 일했다. 2010년 뉴욕으로 이주한 뒤 영화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영화진흥위원회 북미 주재원으로 활동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보고 들은 언어, 오랫동안 쌓아 온 영화 경험이 책의 바탕이 됐다.

출판사 이응은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쓰임을 소개하는 책을 펴내고 있다. 부사를 다룬 '맛난 부사', 의성의태어를 모은 '후 불어 꿀떡 먹고 꺽!', 형용사와 풍경 사진을 엮은 '말문이 열리는 순간'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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