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중간에 멈춘공사, 배임 손해 여부는 계약 시점으로 판단해야"
종중 건물 증축 10억7000만원 지급... 대법 "손해는 계약 당시 기준으로 따져야"
[파이낸셜뉴스] 공사가 중간에 멈춘 상황에서 그동안 치른 돈이 공사 진척도를 웃돌게 됐다는 사정만으로 배임죄의 손해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사대금이 지나치게 많았는지는 계약을 맺을 당시를 기준으로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지난달 8일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모 종중 회장 A씨와 총무 B씨에게 각각 징역 2년과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 등은 2022년 10월 17일 종중 총회 의결 없이 전남 순천의 종중 땅에 3층 건물을 올리는 공사를 종합건축공사 자격이 없는 무등록 업자 C씨에게 맡기면서 공사대금을 17억3310만원으로 정해 계약했다. 이후 이듬해 4월까지 10억7000만원을 지급해 종중에 손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종중은 2020년부터 주차장으로 쓰던 공터에 건물을 증축하는 문제를 논의했지만 규모와 시공업체, 공사대금을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A씨 등은 건축허가에 필요한 총회 회의록을 친지들 서명만 받아 관할관청에 냈다. 건물 1·2층은 B씨가 개인 갤러리를 운영할 수 있도록 갤러리카페로 설계됐다. 계약서상 17억3310만원 가운데 2억원은 A씨가 돌려받기로 한 돈이었다. C씨는 2023년 7월 공사를 중단했고, 그 무렵 건물 외관은 완성됐지만 내부 공사는 손도 대지 못한 상태였다.
1심은 업무상횡령과 사인위조 등만 유죄로 보고 A씨에게 징역 1년,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적정 공사대금을 객관적으로 산정할 자료가 없어 손해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은 이를 뒤집었다. 검찰이 항소심에서 '시가 불상의 공사 시공 수익 상당'을 손해로 하는 업무상배임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하자, 공사 중단 당시 C씨가 기성고 비율에 따라 청구할 수 있는 보수의 상한을 지급액이 넘어섰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쟁점은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를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따질지였다. 계약을 맺은 때인지, 공사가 멈춘 뒤 진척도와 견줘보는 때인지에 따라 결론이 갈렸다.
대법원은 공사 중단 무렵 지급액이 기성고에 따른 보수 상한을 넘어선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공사대금이 적정한 수준에 비하여 과다하다고 볼 수 있는지는 공사계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부당하게 과다한 대금을 정해 계약하게 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서 적정 공사대금 수준을 알 수 있는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점도 들었다.
재판부는 2018년 2월 판결을 인용해 "임무위배행위가 없었다면 더 낮은 수준의 공사대금으로 정할 수도 있었다는 가능성만을 가지고 재산상 손해 발생이 있었다고 쉽사리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나 의사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선금을 미리 내고도 그에 맞는 공정이 끝나기 전에 공사가 멈췄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