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27차례 모니터링한 'A등급' 피해자, 전자발찌 종료 2주 만에 참변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7월 '살인미수' 영장 신청 땐 檢 "건강 상태 고려" 불청구

5일 오전 전 연인이던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60대 남성이 체포된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다세대주택. 뉴스1
5일 오전 전 연인이던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60대 남성이 체포된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다세대주택. 뉴스1

[파이낸셜뉴스] 스토킹 피해 여성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던 60대 남성이 약 4개월 만에 같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혔다. 당시 검찰은 피의자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하면서도 건강 상태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은평경찰서는 이날 오전 8시께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60대 남성 A씨를 살인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현장에서는 전 연인인 70대 여성 B씨가 숨진 채 발견됐으며, A씨도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다. 경찰은 A씨의 의식불명은 자해는 아니라고 보고 있으며 병원에서 원인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날 오후 의식이 일부 돌아왔으나 여전히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해 경찰은 향후 A씨의 건강 상태와 조사 상황을 보고 구속영장 신청 시점 등을 정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B씨에게서는 둔기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손상이 확인됐다. 다만 정확한 범행 도구와 사망 경위는 부검을 통해 확인할 방침이다.

사건은 B씨 가족의 신고로 드러났다. 가족은 이날 오전 6시 40분께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B씨의 휴대전화 위치를 조회한 후 피해 사실을 확인했다. 현장에서는 피해자와 피의자의 걸로 추정되는 휴대폰 2대를 입수했으며, 향후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B씨가 A씨 집을 방문한 이유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현재 주변 폐쇄회로(CC)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하고 있다.

A씨와 관련한 신고는 앞서 총 4건 경찰에 접수됐다. 2024년 9월 은평서를 시작으로 2026년 6월 은평서, 같은 달 남대문서, 올해 7월 마포서 등에 신고가 접수됐다.

앞서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7월 18일 B씨의 신고를 받고 A씨를 긴급체포한 뒤 같은 달 20일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당시 서울서부지검(현 서울서부지방공소청)은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이후 경찰은 살인미수 혐의를 폭행으로 변경해 지난 9월 3일 A씨를 불구속 송치했다.

이에 대해 서울서부지방공소청은 이날 피의자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지만 혐의 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일부 범죄 사실에 대한 보완수사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암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이 보도한 '피해가 경미하다'는 불청구 사유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영장 불청구 이후 경찰은 법원에 잠정조치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A씨는 지난 7월 23일부터 8월 22일까지 구치소에 유치됐으며, 구치소에서 나온 뒤 지난달 22일까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했다. B씨는 경찰의 관계성 범죄 피해 A등급 관리 대상이었지만, 전자발찌 부착 기간이 끝난 지 약 2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 7월부터 A등급으로 관리됐다. 경찰은 A등급 피해자에 대해 월 1회 모니터링을 하는데, B씨에게는 사건 이후 27차례 모니터링을 했다. 전자발찌 부착 종료 일주일 전에도 안전 이상 여부와 추가 안전장치 필요성을 물었지만 B씨가 따로 요청하지 않았다. 그 사이 신고도 없어 추가 조치 없이 부착 기간이 끝났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A등급이라고 해서 전자장치 부착이 반드시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범죄와 혐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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