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 '납' 뺀 친환경 반도체… 한양대, 성능·수명 한계 넘었다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인체에 해로운 납을 사용하지 않고도 기존보다 전하 이동 속도가 빠르고 수명이 16년 이상 유지되는 차세대 친환경 반도체 기술을 개발했다.
한양대학교 유기나노공학과 박희준 교수와 화학공학과 김경학 교수 공동연구팀은 납 대신 주석을 활용한 친환경 페로브스카이트 반도체의 성능과 장기 안정성을 대폭 끌어올리는 분자 설계 기술을 확보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그동안 반도체 업계에서는 빛과 전자를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차세대 반도체로 주목해 왔다. 하지만 기존 소재에는 유독성 물질인 납이 들어가 친환경 전자소자로 상용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납 대신 주석을 넣는 대안이 연구됐으나, 주석은 공기 중에서 쉽게 산화되고 결함이 생겨 성능이 금방 떨어지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결정 내부의 이온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화학적 분자 설계 기술(구아니디늄 티오시아네이트 활용)을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반도체 내부의 결함을 억제하고 결정 구조의 안정성을 크게 높인 것이다.
그 결과 새롭게 개발된 친환경 트랜지스터는 전류를 켜고 끄는 속도와 효율이 기존 주석 기반 반도체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특히 최대 약점이었던 '장기 신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1만2000번 이상 반복해서 전원을 켜고 끄거나 100일 이상 공기 중에 노출해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했다. 상온 기준 가속 수명 시험 결과에서는 약 16년 동안 초기 성능의 70% 이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희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주석 기반 반도체의 불안정한 구조를 단순한 결함 제어를 넘어 분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설계해 극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라며, "향후 차세대 디스플레이, 광센서, 저전력 논리회로 등 다양한 첨단 산업 분야로 폭넓게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만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