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잔치는 끝났나" 미국발 AI 쇼크에 한국 증시 초토화..5000깨진 코스피
미국발 AI 투자 회의론 확산…반도체주 직격탄
코스피 5000선 붕괴…삼성전자·하이닉스 급락
외국인 매도에 투매 가속…변동성 지표도 급등
AI 수요 둔화보다 투자 지연·신용 위험이 관건
[파이낸셜뉴스] 미국발 인공지능(AI) 투자 회의론이 국내 증시를 집어삼켰다. 그동안 글로벌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AI 산업의 성장 기대에 균열이 생기자 한국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반도체를 비롯해 소재·부품·장비, 전력기기 등 AI 인프라 공급망에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코스피는 5000선마저 깨지며 붕괴되고 있다. 단순한 단기 조정을 넘어 AI 투자 사이클의 방향 전환과 국내 증시의 산업 편중 구조가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오전 9시47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15.69포인트(7.22%) 하락한 4988.11을 기록했다. 코스피가 장중 5000선을 밑돈 것은 물론 낙폭도 7%를 넘어섰다. 코스닥 역시 42.48포인트(6.26%) 내린 635.93까지 밀렸다.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5.28%, 5.11% 하락한 데 이어 이틀째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8.29% 떨어진 18만4800원, SK하이닉스는 10.28% 급락한 113만4000원에 거래됐다. SK스퀘어도 11% 넘게 밀리는 등 반도체와 AI 인프라 관련 종목 전반으로 매도 압력이 확산됐다.
이번 충격의 진원지는 미국이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은 5.52%, S&P500은 4.36%,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44%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12% 넘게 급락했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가능성이 부각된 데다 빅테크의 AI 투자 속도 조절 우려까지 겹치면서 기술주 전반에 투매가 확산된 결과다.
시장은 AI 산업의 성장 자체보다 막대한 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묻기 시작했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되면 GPU와 메모리, 전력기기 등 관련 공급망의 수요 전망도 달라질 수 있다는 논리다. 그동안 AI 투자 확대의 수혜를 집중적으로 반영했던 종목일수록 밸류에이션 조정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문제는 한국 증시의 높은 반도체 및 AI 공급망 의존도다. 미국에서는 AI 투자를 집행하는 빅테크와 관련 장비·부품을 공급하는 기업 사이에 주가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지만, 국내 증시는 반도체와 소재·부품·장비, 전력기기 등 공급망 기업의 비중이 높아 투자 속도 조절 우려가 지수 전체로 번지기 쉽다.
LS증권 황산해 연구원은 "공급망 비중이 높은 한국은 반도체와 소부장, 전력기기에 매도가 집중되며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정책 변화가 AI 산업 전체의 성장 둔화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시장이 투자 방향의 변화를 먼저 가격에 반영하면서 국내 증시의 낙폭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 조정은 실적 악화가 확인되기 전에 투자심리와 수급이 먼저 흔들리는 양상이다. LS증권은 "펀더멘털 변화가 확인되지 않더라도 시장의 컬러를 바꾸는 대형 이벤트인 만큼 내러티브와 수급만으로도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개인은 코스피에서 2조1667억원, 기관은 9246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과 기관이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외국인의 매도세가 현물에 그치지 않고 선물시장에서도 하방 위험을 회피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부담이다.
삼성선물 정희찬 연구원은 전날 장중 상황에 대해 "외국인이 하방 헤지 포지션 구축 이어간 가운데"라고 분석했다. 장중 미결제약정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하락에 대비하는 포지션이 쌓였고, 장 막판 일부 포지션 청산으로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했지만 시장 불안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변동성 지표도 불안한 시장 상황을 보여준다. 삼성선물은 VKOSPI가 급등해 과거 급락 국면 당시 장중 고점 수준을 웃돌았다고 진단했다.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잇따라 발동된 데 이어 이날도 장 초반부터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쉽게 진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정 연구원은 향후 시장에 대해서도 "위험회피 심리 확산에 미국 고용 지표 발표 대기하며 하락 우위 보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고용과 물가 지표가 금리 경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기술주 조정과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동시에 시장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LS증권은 AI 사이클의 방향성 변화가 장기 수요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국내 반도체의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수준에 근접하거나 이를 밑돌 경우 역사적으로 매력적인 가격 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의 분할매수 전략도 제시했다. 다만 추세적인 반등은 실적과 수요 사이클의 회복이 확인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봤다.
삼성선물 역시 업종별 차별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전날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코스피200 지수의 하락률은 약 1.9%에 그쳤다. 은행과 헬스케어, 자동차, 화장품 등 일부 업종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AI 공급망에 집중됐던 매도세가 다른 업종으로 이동하면서 시장 내부의 순환매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위험은 AI 인프라 기업의 자금 조달과 신용 문제다. LS증권은 차입을 통해 투자를 확대했던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으로 매출 인식과 대금 회수가 늦어질 경우 이자 비용과 기존 지급 의무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신용 우려가 공급업체와 채권자를 거쳐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는 10일(현지시간) 예정된 AI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의 실적 발표가 주요 분기점으로 꼽힌다. 투자 지연이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 고객 계약 이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증시의 반등 여부는 미국 기술주의 단기적인 반발 매수보다 빅테크의 투자 계획과 데이터센터 건설 일정, 반도체 주문 흐름이 얼마나 견조하게 유지되는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email protected] 강중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