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시아/호주

러시아, 日 최대 담배회사 경영권 사실상 박탈…日기업 '비상'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현지 법인 4곳 임시관리
日정부, 당국자 보내 철회 요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출처=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본담배산업(JT)의 해외 사업 자회사가 러시아에 보유한 4개의 생산 거점을 일시적으로 러시아 기업 관리 아래에 두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6일 전했다. 소유권은 남겨두되 경영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조치다. 일본 정부는 고위 당국자들을 보내 철회를 요구했다. 유럽에 집중됐던 강제 관리가 일본으로 확대되면서 러시아에 거점을 둔 일본 기업 100여곳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JT의 해외 자회사 JT인터내셔널(JTI) 산하 'JTI 돈스코이 타바크' 등 러시아 법인 4곳을 임시관리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경영권 행사가 제한돼 관리가 길어지면 JT 실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JTI는 1999년 러시아 진출 후 2018년 현지 제조사를 인수했다. 지난해 시장점유율 약 37%로 1위이며 JT그룹 매출의 약 10%가 러시아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날 방러 중인 아라이 마사요시 경제산업심의관과 이시가키 도모아키 외무성 유럽국 심의관 등이 러시아 정부에 항의하고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나카무라 마사타케 외무성 유럽국장도 노즈드레프 주일 러시아 대사에게 철회를 촉구했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 역시 "외교 경로로 항의하고 조치 철회 등을 긴급히 요구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JT 지분 37.55%를 보유하고 있다.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은 "당국자들의 방러 목적이 일본 기업의 자산 보호"라면서 구체적인 방문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9월 이후 서방 기업에 대한 임시관리가 잇따라 우리도 경계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대통령령에는 조치 이유가 명시되지 않았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9월과 10월 JTI의 우크라이나 공장이 탄약을 생산한다고 주장하며 비난했다. 이에 대해 JT는 군수 생산 관여를 부인했다.

러시아는 지난 2023년 대통령령에 따라 대러 제재에 동참한 '비우호국' 기업 자산을 강제로 임시 관리해왔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유럽계 중심으로 130곳 이상이 대상이 됐다. 올해 9월에는 네슬레와 프랑스 유통기업 오샹도 추가됐다.

덴마크 맥주기업 칼스버그는 지난 2023년 현지 자회사 임시관리 후 70억덴마크크로네의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같은 해 대상이 된 프랑스 다논도 관련 손실 12억유로를 인식하고 2024년 관리 해제 후 러시아 기업에 사업을 매각했다.

닛케이는 "이번 조치에 일본의 제재·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발해 대러 정책 전환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도요타 등은 생산 철수·사업 축소에 나섰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현지 거점 기업은 침공 전의 약 3분의 2로 줄었지만 100곳 이상이다. 미쓰이물산·미쓰비시상사·이토추상사 등은 극동 에너지사업 '사할린1·2' 등에 투자하고 있다.

러시아에 잔류한 일본 기업들은 종전 후 사업 재개와 중국 기업의 시장 잠식을 고려해 철수를 망설이고 있다. 주재원들 사이에서는 "이웃 러시아를 영구히 외면할 수 없다", "완전 철수하면 중국 기업의 부상만 허용한다"는 말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지난 5월에도 당국자와 기업 임원들을 모스크바에 보내 토지·시설·사업자금 보호를 요청했지만 약 5개월 뒤 JT 임시관리가 결정됐다. 러시아 외무부도 지난달 일본의 추가 제재에 일본이 중시하는 분야를 겨냥한 보복을 예고해 추가 조치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