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나는 비눗방울·그림 그리는 기계…A.A.무라카미의 '뉴 네이처' [fn 아트스냅]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서 국내 첫 개인전
비눗방울·안개로 구현한 생성과 소멸
조개무늬 옮긴 신작…내년 2월 10일까지
어둠 속에 떠오른 커다란 비눗방울이 터지자 안개가 공기 속으로 흩어진다. 나무 모양 구조물의 가지 끝에서는 하얀 거품이 꽃처럼 피었다 떨어진다.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 펼쳐진 풍경은 기술로 만든 자연의 한순간이다.
7일 파라다이스시티에 따르면 아트스페이스에서 아티스트 듀오 A.A.무라카미의 국내 첫 개인전 '뉴 네이처(New Nature)'가 열리고 있다. 지난 9월 개막한 전시는 내년 2월 10일까지 이어진다. 주제는 '자연 이후의 자연(Nature after Nature)'. 비눗방울과 안개, 조개껍질의 무늬를 통해 자연의 생성과 변화, 소멸을 살핀다.
■비눗방울과 안개로 빚은 찰나
A.A.무라카미는 일본 출신 아즈사 무라카미와 영국 출신 알렉산더 그로브스로 구성된 듀오다. 런던과 도쿄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형태가 고정되지 않는 물질과 첨단 기술을 결합한 작업을 '에페머럴 테크(Ephemeral Tech)'라 부른다.
두 작가는 끊임없이 바뀌는 자연의 과정을 전시장 안으로 가져온다. 비눗방울이 부풀어 오르고 안개가 흩어지는 현상은 관람객과 같은 공간에서 실제로 일어난다. 비눗방울과 안개의 움직임에 빛이 더해져 공간의 풍경이 달라진다.
1층의 '뉴 스프링(New Spring)'은 높이 6.4m의 나무 형상 구조물이다. 24개 가지 끝에서 안개를 머금은 비눗방울이 피어나 아래로 떨어진다. 벚꽃이 지는 순간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하얀 방울이 만들어졌다 사라지는 과정이 반복된다. 2017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이들의 대표 작업이다.
'비욘드 더 호라이즌(Beyond the Horizon)'에서는 안개를 품은 거대한 비눗방울이 어두운 공간을 떠다닌다. 방울이 터지면 구름 같은 안개가 퍼지고 빛과 겹치며 공간의 분위기를 바꾼다. 홍콩 M+의 의뢰로 제작돼 2024년 '플로팅 월드(Floating World)'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이다.
기계 장치가 같은 움직임을 되풀이해도 구름의 모양과 빛의 모습은 달라진다. 관람객은 완성된 하나의 형상을 따라가기보다 눈앞에서 생겨나고 흩어지는 변화를 지켜보게 된다. 작품을 이루는 것은 비눗방울 자체와 그것이 사라지기까지의 시간이다.
■조개껍질의 시간을 쌓는 기계
2층에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세계 최초로 공개한 '머드 페인팅: 천 겹의 위장 시리즈(Mud Paintings From 'A Thousand Layers of Stomach' Series)'를 만난다. 붉은빛이 감도는 공간에 진흙과 기계 장치, 무늬가 겹겹이 쌓인 화면이 놓였다.
출발점은 도쿄에서 된장국을 먹다 발견한 바지락 껍데기였다. 두 작가는 조개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정교한 무늬에 주목했다. 조개껍질이 성장하며 패턴을 형성하는 원리를 생물학적 알고리즘으로 해석한 뒤 컴퓨터 코드로 옮겼다.
전시장 중앙의 자율형 머드 페인팅 머신은 이 코드를 따라 움직이며 패턴을 한 겹씩 쌓는다. 갯벌을 연상시키는 진흙 위에서 드로잉 장치가 선을 만들고, 시간의 흐름은 새로운 무늬로 남는다. 조개가 오랜 시간 껍질을 키우는 방식을 기계의 움직임과 회화의 표면으로 옮긴 것이다.
1층에서 생성과 소멸이 짧은 순간에 교차했다면 2층에서는 변화가 축적된 흔적을 볼 수 있다. 금세 흩어지는 구름과 층층이 쌓이는 무늬는 서로 다른 시간의 길이를 보여준다. 자연을 움직이는 원리를 기술로 구현한다는 두 작가의 관심이 두 층을 잇는다.
이들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 파리 퐁피두센터, 홍콩 M+ 등에 영구 소장돼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이며 입장은 오후 7시30분에 마감한다. 매주 화요일 휴관.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