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스카프 아저씨 보러 대구에서 KTX 타고 왔어요"…웃음으로 위로받는 사람들 [낮은 곳의 기록자]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상인 입담으로 힐링·위로 받는 사람들]
20대부터 60대까지 전국서 서울 남대문시장 방문
휴업에 허탕 친 손님들 "아쉽지만, 다음에 또 오죠"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스카프를 판매하는 '스카프 아저씨'가 특유의 입담으로 SNS에서 인기를 얻으며 전국에서 방문객이 찾아오고 있다.사진=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스카프를 판매하는 '스카프 아저씨'가 특유의 입담으로 SNS에서 인기를 얻으며 전국에서 방문객이 찾아오고 있다.사진=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스카프를 파는 상인의 유쾌한 입담이 SNS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전국에서 방문객이 찾아오고 있다. 스카프를 사기보다 상인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잠시 웃고 싶다는 사람들이다. 방문객이 몰려 가게가 임시 휴업한 지난 5일, 현장을 찾아 대구에서 KTX를 타고 온 40대부터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는 직장인까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스카프 사는 것도 좋지만 아저씨랑 웃고 싶어서 왔어요."

지난 5일 점심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스카프 아저씨'로 알려진 상인의 가게 앞에서 만난 30대 여성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가게에는 '금일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상인은 없었지만 그를 만나기 위해 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의 발길은 이어졌다.

평소 직장생활로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스카프 아저씨 영상을 찾아본다는 그는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거나 기분이 우울할 때 영상을 보면 웃게 된다"며 "그냥 재미있는 영상을 보는 것과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하는 건 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방문객들은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특히 30~50대가 많았다. 스카프를 구매하려는 사람도 있었지만 상인을 직접 만나 농담을 주고받거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웃고 싶다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멀리 대구에서 KTX를 타고 올라온 방문객도 있었다.

"대구에서 KTX 타고 왔는데"…스카프보다 만나고 싶었던 아저씨

지난 5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스카프 아저씨'로 알려진 상인의 가게가 휴업 중인 가운데, 시민들이 가게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지난 5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스카프 아저씨'로 알려진 상인의 가게가 휴업 중인 가운데, 시민들이 가게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40대 여성 B씨는 이날 대구에서 서울까지 올라왔다. 평소 SNS에서 스카프 아저씨 영상을 즐겨보다 직접 만나고 싶어 남대문시장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대구에서 KTX 타고 왔어요. 영상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직접 만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찾아왔죠"라며 "오늘 장사를 안 하는 줄 몰랐는데 아쉽네요"라고 털어놨다.

그는 스카프 구매보다 상인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더 기대됐다고 했다. 영상을 통해 익숙해진 특유의 말투를 실제로 듣고 싶었다는 것이다.

여성은 "요즘 사는 게 다들 바쁘고 힘들잖아요. 그런데 아저씨 영상을 보면 별것 아닌 말에도 웃게 돼요"라며 "스카프 몇 장 사려고 대구에서 여기까지 오겠어요. 그냥 아저씨 만나서 웃고 싶었던 거죠"라고 했다.

30대 직장인 C씨도 비슷한 이유로 방문했다. 그는 평소 스카프 아저씨 영상을 친구들과 공유하며 즐겨 본다고 했다. 특히 손님에게 과소비하지 말라며 구매를 만류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고 설명했다.

C씨는 "보통 장사하는 분들은 하나라도 더 팔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아저씨는 사지 말라고 하니까 웃긴 거예요"라며 "손님들도 그 말을 듣고 웃으면서 또 사잖아요. 그게 재미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퇴근하고 집에 가면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많다"며 "그럴 때 아저씨 영상 몇 개 보면 기분이 좀 풀려요. 그래서 실제로도 한번 만나보고 싶었어요"라고 했다.

20대 대학생 D씨는 친구들과 SNS 영상을 주고받다가 스카프 아저씨를 알게 됐다고 했다.

D씨는 "친구들이랑 영상 보내면서 많이 웃었어요. 아저씨가 손님한테 장난치는 것도 웃기고 손님들이 받아치는 것도 재미있어요"라며 "실제로 저한테는 어떤 말을 하실지 궁금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유명한 사람들은 직접 만나기가 어렵잖아요. 그런데 아저씨는 시장에서 장사하는 분이니까 가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았어요"라며 "오늘은 쉬신다니까 다음에 다시 와야겠어요"라고 덧붙였다.

"우리가 어디 가서 이렇게 웃나"…중장년층이 찾은 웃음

스카프 아저씨는 남대문시장에서 스카프와 손수건 등을 판매하는 상인이다. 최근 손님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영상이 SNS에서 인기를 얻으며 유명해졌다.

그의 장사 방식은 일반적인 판매 방식과 다르다. 물건을 고르는 손님에게 "너네 지금 과소비야", "돈 쓰지 마"라고 말하며 구매를 만류한다. 스카프를 사려는 손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며 장난스럽게 핀잔을 주기도 한다.

스카프 6장에 1만원이라는 가격도 알려졌지만 방문객들이 더 많이 이야기한 것은 상인의 입담이었다. 손님이 말을 걸면 즉석에서 농담을 건네고, 손님도 웃으며 받아치는 모습이 인기를 얻었다.

50대 여성 E씨는 "옛날에는 시장에 가면 물건 사면서 상인들이랑 이야기도 많이 했잖아요. 농담도 하고 깎아달라고 실랑이도 하고요"라며 "그런 재미가 있었는데 요즘은 많이 없어졌죠"라고 말했다.

그는 "아저씨 영상 보면 옛날 시장 생각도 나고 그냥 웃음이 나요"라며 "이 나이 되면 하루하루 똑같잖아요. 재미있는 일도 별로 없고요. 그래서 한번 와보고 싶었어요"라고 했다.

친구들과 함께 방문한 다른 50대 여성 F씨도 "우리가 어디 가서 이렇게 웃을 일이 많겠어요. 다들 집안일에 직장일에 바쁘게 사는데 잠깐이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거죠"라고 말했다.

60대 여성 G씨는 딸이 보여준 영상을 통해 스카프 아저씨를 처음 알았다고 했다.

그는 "딸이 엄마 이것 좀 보라고 해서 봤는데 말을 참 재미있게 하더라고요"라며 "손님들하고 농담하는 게 꼭 아는 사람들끼리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 사람들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나도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구경하러 왔어요"라며 "오늘 못 만나서 아쉽지만 다음에는 딸하고 같이 와보고 싶어요"라고 했다.

방문객들이 반복해서 이야기한 것은 '웃음'과 '힐링'이었다. 직장이나 가정에서 쌓인 피로를 잠시 잊고 싶거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설명이다.

일상에서 휴식과 힐링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 설문 플랫폼 엔서베이가 2024년 SK텔레콤 T멤버십 설문 참여자 8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11월에 가장 기대하는 일'로 '휴식과 힐링'을 선택
한 응답자는 33%로 가장 많았다. 가족·친구와의 시간(25.6%)과 새로운 시작(16.6%) 등이 뒤를 이었다.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방문객들은 물건을 구매하는 것보다 상인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방문객 몰리자 경찰 출동…휴업에도 발길 이어져

지난 5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시민들이 상점들이 늘어선 골목을 지나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지난 5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시민들이 상점들이 늘어선 골목을 지나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스카프 아저씨를 직접 만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가게 운영에도 어려움이 생겼다. 방문객들이 한꺼번에 몰리자 주변 상점의 영업과 시장 통행에 불편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달 31일 SNS를 통해 임시 휴업을 알렸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찾아오면서 손님들과 제대로 인사하거나 대화하기 어려워졌고, 주변 상인들에게도 불편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영업을 재개했지만 방문객이 다시 몰렸다. SNS에 공개된 영상에는 시장 골목에 사람들이 모여 휴대전화로 상인을 촬영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현장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까지 출동했다.

결국 상인은 영업을 재개한 지 하루 만에 다시 휴업을 결정했다. 이날 가게 앞에서 만난 방문객들은 휴업을 아쉬워하면서도 상인의 결정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직장인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아저씨도 힘드시겠죠"라며 "사람이 너무 많으면 제대로 이야기하기도 어렵고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50대 여성은 "오늘 못 봐서 아쉽기는 하죠. 그래도 사람들이 워낙 많이 찾아온다니까 쉬시는 게 맞는 것 같아요"라며 "우리도 친구들이랑 시장 구경하고 맛있는 것 먹고 가면 되죠"라고 했다.

대구에서 KTX를 타고 올라온 손님은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먼 길을 왔지만 상인을 만나지 못한 데 대해 원망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영상 보면서 웃었던 게 좋아서 여기까지 온 거니까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와서 꼭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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