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반도체·전력 나눠 담아도 결국 AI 쏠림… 퇴직연금 분산 착시
40·50대 퇴직연금 상위 ETF
10개 중 8개가 AI 관련주 노출
퇴직연금 계좌에서 여러 상장지수펀드(ETF)에 나눠 투자해도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쏠림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대표지수와 국내 반도체·전력 ETF는 투자 대상이 달라도 AI 투자 확대에 함께 수혜를 보는 만큼 투자 열기가 식으면 동반 하락할 수 있어서다.
8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삼성증권 40·50대 퇴직연금 고객의 보유 상위 ETF를 분석한 결과 두 연령대 모두 상위 10개 중 미국 배당과 금 상품을 제외한 8개가 AI 관련 산업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통 상품은 TIGER·KODEX 미국S&P500, TIGER·KODEX 미국나스닥100, KODEX 200, RISE·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등 7개다. 여기에 40대는 ACE 미국S&P500미국채혼합50액티브, 50대는 TIGER 반도체TOP10이 포함됐다.
이들 상품은 투자 국가와 자산구성이 달라도 AI 산업에 대한 노출이 겹친다. 미국 대표지수에 담긴 빅테크와 국내 반도체 기업이 모두 AI 투자 확대의 수혜를 받는 데다 채권혼합형 ETF도 이들 주식을 편입하고 있어서다. 여러 상품에 나눠 투자해도 AI 투자 둔화 때는 함께 손실을 볼 수 있는 구조다.
한수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ETF의 개수만 많으면 될 것이 아니라 어떤 다른 위험에 노출되었는지가 관건"이라며 "AI가 기대에 못 미칠 때도 버틸 수 있는 ETF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분산이라고 무작정 다른 상품을 담을 것이 아니라 수익성의 여부 및 하방 방어력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쏠림에 따른 위험은 연금 수령을 앞둘수록 커진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하락한 자산을 매도하면 투자원금이 줄어 이후 반등해도 손실 회복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연금 수령 초기의 하락이 자산 고갈을 앞당기는 '시퀀싱 리스크'다. 은퇴 전후에는 수익률 관리뿐 아니라 배당금이나 만기가 돌아오는 자산으로 인출 재원을 확보해 하락장에서 주식을 팔아야 하는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
주식 투자에서는 대형 기술주 쏠림을 낮추는 동일가중 ETF가 대안으로 꼽힌다. 기업 규모에 따라 비중을 정하는 일반적인 S&P500 ETF와 달리 종목별 투자 비중을 고르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10월 말 기준 S&P500의 상위 10개 종목 비중은 37.3%인 반면 동일가중 지수는 4.6%였다. 정보기술(IT) 업종 비중도 38.6%에서 17.2%로 낮아졌다.
다만 동일가중 ETF도 주식에 투자하는 만큼 시장 전체가 하락하면 손실을 볼 수 있다. 대형 기술주가 상승을 이끄는 장에서는 일반 지수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F 이름이 달라도 안에 담긴 기업이나 주가가 오르는 이유가 같다면 분산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며 "은퇴를 앞두고 있다면 주식이 떨어졌을 때 생활비를 어디서 마련할지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당이나 채권 만기 등으로 현금이 들어오는 시점을 나눠두는 것이 연금계좌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최두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