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국면에 거세지는 '분양원가 공개 바람'…LH "검토 안해"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주택건설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공기관인 만큼 시장의 투명성과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라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공개로 전환하면 공공임대 공급 같은 LH의 공적인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재명 "주택 건설원가 공개해야"…오세훈 "SH 원가 공개"
17일 정치권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주택 분양 건설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지금보다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최근 한 간담회 자리에서 "택지를 취득한 건설사는 아파트를 지어 원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분양한다"며 "건설원가를 공개해서 과중하게 주택 분양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해 너무 많이 못 남기게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야당 쪽에서도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서울시는 15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건설한 아파트의 건설원가와 택지조성원가를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2007년 재임 당시에도 SH 건설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한 바 있다.
서울시와 SH는 준공된 고덕 강일4단지에 대한 원가를 공개하고 사업정산이 마무리된 10년 치 건설단지 34곳에 대한 분양원가도 내년까지 모두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SH 측은 "세금으로 운영하는 건설 공기업으로 열린·투명 경영을 실현해 나가겠다"는 취지를 전했다.
분양원가 공개를 지속적으로 피력해 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SH 건설원가 공개는 소비자들이 집값 거품을 검증하는 근거가 돼 저렴한 가격에 주택이 공급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LH 뿐 아니라 모든 지방공기업도 건설원가 공개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LH는 "주택 품질 저하 우려 등으로 공개 검토 안해"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주택 건설원가 공개 요구가 이어지면서 LH의 공개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분양원가는 큰 틀에서 택지조성원가와 건설원가로 나뉘는데 LH는 관련법에 따라 택지조성원가는 공개하고 있다. 현행 택지개발촉진법은 사업자가 용지비용, 조성비용, 인건비, 이주비 등으로 산정한 택지조성원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건설원가는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주택 분양가에도 택지에 대해서는 원가가 아닌 감정평가 가격을 적용하고 있다. LH는 현재로서는 공개 등 추가 조치는 검토하고 있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적정 분양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데다 민간 주택부문으로 원가 공개 요구가 확산할 수 있다"며 "주택 품질 저하도 우려돼 현재 행정소송 등 결과에 따라 당사자에게만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서울행정법원은 경실련이 LH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경실련은 2019년 동탄·미사·판교 등 12개 단지의 분양원가 관련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었다.
행정소송은 사업 지역별로 제기해야 하는데다 상소로 이어지면 확정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실제로 위 12개 단지에 대한 소송도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공공기관의 분양원가 공개를 입법으로 강제하는 것보다는 자발적으로 공개하도록 활동하고 있다"면서도 "사업지가 달라도 같은 사안이라면 원가 공개를 거부할 수 없도록 정치권과 협의해 정보공개법을 개정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LH가 적자를 보는 공공임대주택 등 공익사업이 분양원가 공개로 위축될 수 있다"며 "민간으로까지 공개 요구가 확산하면 주택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