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는 못 속여"…檢 '피의자 범행 검증' 뇌파분석 머신러닝 적용 추진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검찰이 강력 사건 피의자가 범죄 사실을 부인할 때 주로 활용하는 뇌파 분석에 머신러닝(기계학습)을 적용하는 연구를 추진한다.
기존 기법은 여러 뇌파 반응 중 특정한 반응을 기준으로 해 피검사자가 의도적으로 반응을 조절할 경우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는데, 기계가 스스로 피검사자 뇌파 반응의 특징을 추출해 분류하도록 하는 것이다.
◇'범죄정보 알고 있나' 뇌파 분석해 추론…살인사건 등 활용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최근 조달청 나라장터에 '머신러닝을 활용한 뇌파 분석 기법 개발 연구' 용역을 공고했다.
뇌파 분석은 수사 중인 사건에서 뚜렷한 물적 증거가 없거나 피의자가 범죄 사실을 부인할 때 활용한다. 범인이라면 알 수 있는 범죄 관련 자극과 범죄와 관련 없는 자극들을 피검사자에게 무작위로 제시하고 그에 따른 뇌파의 파형을 비교·분석해 피검사자가 범죄 정보를 인지하는지 추론하는 기법이다.
대검 심리분석실은 2016년부터 뇌파 검사를 본격적으로 실시했으며 최근 5년간 살인 사건 23건 등 주요 강력범죄 사건에서 뇌파 분석을 시행했다. 현재 검사 기법은 뇌파 중에서 정보처리 또는 인지과정과 관련된 'P300' 뇌파 반응을 관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피검사자들에게 범행 도구를 제시하면 범인에게서만 P300 반응이 나타난다.
실제 아버지가 한 살배기 아들을 살해하고 바다에 유기해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사건에서 뇌파 분석이 활용됐다. A씨는 지난 2014년 11월 아들이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머리를 여러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후 사체를 망치 등을 이용해 손괴 후 바다에 유기했다.
A씨는 사체손괴 사실을 부인했지만 A씨가 사체를 손괴할 때 사용한 망치를 인지하는지 뇌파 반응을 분석한 결과, A씨는 95% 신뢰수준에서 망치를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아내인 B씨가 사체손괴 혐의를 자백한 사실도 고려해 A씨에 대해 사체손괴 혐의도 적용해 기소했고, A씨는 추후 재판에서 피의 사실을 자백했다.
◇고의로 반응 조정 가능성…머신 러닝 기법으로 보완
하지만 현재 분석 기법은 피검사자가 의도적으로 P300 반응을 조절할 경우 취약할 수 있다. 검찰에 따르면 피검사자에게 대응책을 알려주면 90% 이상인 검사의 정확도가 83%까지 떨어진다는 보고도 있다.
이에 대검은 사람이 미리 정해준 특징이 아니라 기계 스스로 특징을 추출하고 그 특징을 기반으로 피검사자를 분류하는 최근의 검사 기법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선행 연구에서는 머신러닝 기반 분석의 정확도가 기존 분석보다 높다는 보고와 낮다는 보고가 모두 있었다.
이번 연구용역의 목적은 뇌 기능 연결성 분석 등 방법으로 다양한 뇌파 특징을 추출하고 가장 예측력이 높은 생체지표를 발굴, 이를 머신러닝에 적용해 최적의 분석 모델을 개발하는 것 이렇게 개발한 머신러닝 기반 뇌파분석 모델과 기존 분석기법의 정확도를 비교하는 것도 연구에 포함된다.
대검은 과거 두 차례 진행한 뇌파분석 연구과제 데이터를 모델 구축에 사용하도록 제공하고, 이후 대검에서 실제 피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뇌파 분석 데이터를 활용해 최종 분석 결과와 분석 모델의 분석 결과를 비교할 계획이다(실무데이터는 연구진과 연구윤리, 개인정보보호 등을 검토 후 진행).
대검 관계자는 "머신러닝 분석 기법만으로 완벽하지 않아도 지금 기법을 보완할 수단으로 쓸 수 있어 충분히 해볼 만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머신러닝에 기반한 뇌파분석 기법의 효용성이 확인된다면 이를 실무에 적용해 수사 현장을 지원하고, 뇌파 분석 법정 증언의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주요 강력 사건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통합심리분석 시스템(심리생리검사·뇌파 분석·행동 분석·임상심리평가)의 오류율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