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맞으면 빚내서라도"..韓, 대미투자 '전력값·손실방지' 막판 줄다리기
美 100억弗 선송금 요구에 MOU 일정 연기
PPA 수요처 넘어 판매가격 구조도 쟁점
현금흐름 확보돼야 PF·차입도 가능
2000억弗 사업 손익통산 놓고도 이견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한국에 올해 안에 100억달러(약 13조8000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금을 먼저 송금할 것을 요구하면서 한미 간 협상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미국은 조속한 자금 집행을 압박하고 있지만 한국은 장기전력구매계약(PPA)과 전력 판매가격 등 투자금 회수를 좌우할 사업조건부터 확정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특히 대미 투자 1호로 거론되는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등 발전사업의 장기 현금흐름을 결정할 조건과 전체 투자사업의 손익 정산 방식이 막판 쟁점으로 떠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 측은 발전사업의 수요처와 판매가격, 전체 투자 손익을 계산하는 방식 등 원금 회수 가능성을 판단할 세부조건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을 먼저 집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이견으로 미국 측이 서둘렀던 18일 대미 투자 1호 사업 양해각서(MOU) 서명·발표에도 제동이 걸렸다.
발전소는 착공부터 가동까지 수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현재 가격보다 완공 이후 텍사스의 전력 수요와 시장가격이 어떻게 움직일지가 중요하다. 데이터센터 등이 늘어 현지 전력가격이 상승할 경우 이를 한국 측 판매가격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질 수 있다. 사안에 친숙한 한 익명 관계자는 이 같은 수익성을 실제 가동시점의 전력 수요와 가격을 토대로 예상 판매수입과 투자금 회수기간을 계산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결국 '누가 살 것인가'라는 수요처와 '얼마에 팔 것인가'라는 판매가격이 맞물려 있는 셈이다.
당초 한미 간 합의에는 미국 측이 전력 수요처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지만 법적 의무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측에서는 수요처와 판매 조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업적 합리성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핵심은 프로젝트의 현금흐름이다. 장기 PPA와 판매가격 구조가 갖춰지면 예상 전력 판매수입을 토대로 원리금 상환 가능성을 따질 수 있어 금융기관의 자금 참여도 용이해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자들도 자기자본과 외부차입을 함께 활용한다며 "이런 사업은 빚을 내지 않고 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여권에서도 사업조건이 갖춰진다면 "조건이 맞으면 빚을 내서라도 사업할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다만 실제 SPV의 차입 규모와 자기자본 비중은 프로젝트별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미국 측이 최근 프로젝트별 손익을 각각 계산하는 방식을 요구하면서 이견이 불거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측에서는 이를 당초 합의 취지와 다르게 보고 있다. 손익 통산 여부에 따라 전체 투자금의 회수 가능성과 한국 측이 떠안을 위험도 달라질 수 있다.
결국 한미 간 막판 줄다리기는 '얼마를 투자하느냐'를 넘어 '어떤 조건에서 돈을 넣느냐'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미국은 100억달러 우선 송금을 요구하며 조속한 집행을 압박하는 반면 한국은 PPA 수요처와 전력 판매가격, 손익 정산 방식 등 투자금 회수를 뒷받침할 조건부터 확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email protected] 송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