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107조 대박' 터졌는데…주가는 왜 거꾸로 갈까
[파이낸셜뉴스] 국내 상장사들의 사상 최대 실적 행진에도 코스피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 발표마저 무색하게 만든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 폭탄에 지수는 단숨에 64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주가 하락과 이익 증가가 겹치며 시장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급락했으나,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와 수급 공백이 맞물려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2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1.69포인트(3.65%) 급락한 6384.24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2일 7000선을 웃돌던 지수는 불과 4거래일 만에 8.85% 빠지며 6500선은 물론 6400선마저 내줬다. 코스닥 지수 역시 3.46% 내린 861.41로 미끄러졌다.
지수 급락을 주도한 것은 반도체 투톱을 향한 외국인의 거센 '팔자' 행렬이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39% 내린 25만500원, SK하이닉스는 4.28% 하락한 160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가 지난 8일 3분기 잠정 영업이익 107조400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삼성전자 보통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46.38%로 떨어져 2008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이날을 포함해 5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으며, 지난 7월 이후 최근 100일간 쏟아낸 코스피 순매도 규모만 50조 원을 넘어섰다. 반면 고점에서 유입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물량(코스피 7000~9000 구간 약 83조6000억 원)은 향후 반등 시 잠재적 매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적과 주가의 극심한 괴리로 밸류에이션 지표는 바닥권으로 추락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11배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말(11.30배) 대비 54.8% 급락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 코스피 상장사 634곳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33.3% 급증했음에도 주가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몸값이 반토막 난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두고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지속성 의구심'과 '글로벌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겹친 결과로 보고 있다. 오픈AI발 AI 인프라 수익성 논란, 중동 지역 지정학적 위기, 미국 국채 금리 및 고유가 부담 등이 겹치며 국내 반도체 중심의 실적 성장 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유진투자증권은 국내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올해 237%에서 내년 33%, 2028년 6.3%까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전문가들은 분위기 반전을 위한 핵심 열쇠로 '외국인 수급의 전환'과 '글로벌 지표 확인'을 꼽는다. 오는 14일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ASML 실적 발표, 15일 TSMC 실적, 이달 말로 예정된 SK하이닉스 및 삼성전자의 실적 설명회(IR)를 통해 AI 수요의 지속성과 물가·금리 안정세가 확인돼야 외국인의 추세적 복귀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극단적인 저평가가 장기적 관점의 매수 기회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대신증권 등은 선행 PER이 6배 수준으로만 회복돼도 코스피가 7700선을 회복할 탄력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외국인의 현물 순매수 유입 여부와 대외 거시경제 변수를 확인하기 전까지 변동성 장세에 대비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