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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산 90억 찍었는데 "기쁘기보다 현타 와요"...40대 직장인의 반전 고백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자산 인증 사진(아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블라인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자산 인증 사진(아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블라인드

[파이낸셜뉴스] 한 직장인이 부동산과 가상자산 등의 투자 성공으로 90억 원대의 자산을 모았지만, 오히려 상실에 대한 불안과 인간관계의 단절로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해 논란이 되고 있다.

"마음 나눌 곳 없어... 회사 동료·친구랑도 말 못해"

지난 2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자산 90억인데 이 얘기 할 사람이 한 명도 없음'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대기업 소속 40대 직장인으로 표시된 작성자 A씨는 총자산 약 91억8700만 원 규모의 금융 계좌 인증 화면을 첨부하며 "대출이 거의 없어 순자산도 80억 원 후반대"라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10년간 직장 생활과 병행하며 부동산, 주식, 가상자산 등에 투자해 수차례 중요한 투자 판단을 거치며 자산을 불렸다. 상위 0.1% 수준의 부를 일궜지만, 정작 삶의 만족도는 비례해서 오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주변에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전혀 없어 고민을 나눌 곳이 없다"며 "회사 동료에게는 물론 친구에게도 자랑이 되거나 '배부른 소리'로 비칠까 봐 말을 꺼낼 수 없다"고 사회적 고립감을 토로했다. 가격표를 보지 않고 소비하거나 은행 VIP룸을 이용할 때도 성취감보다는 "진짜 부자들은 원래 이렇게 살았구나 싶어 허탈감이 먼저 든다"고 덧붙였다.

"돈 잃으면 어쩌지" 불안에... 퇴사하면 정체성마저 잃을까 걱정

특히 부의 축적에 따라 불안의 성격이 변했다고 짚었다. A씨는 "과거에는 '돈이 모자라면 어쩌지'를 걱정했다면 지금은 '이 큰돈을 잃으면 어쩌지'라는 방어적 불안에 시달린다"며 "매일 퇴사를 꿈꾸지만 막상 회사를 그만두면 사회적 정체성을 잃어버릴까 두려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돈이 생활의 불편을 없애주는 것은 맞지만, 마음의 평안까지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며 "비슷한 과정을 겪은 이들은 언제쯤 심리적 안정을 찾았는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급격한 자산 증식 증후군" 진단..."정서적 자본 필요"

게시글을 접한 누리꾼들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자산 형성 이후의 삶을 지탱할 '목적의식'과 '자기 취향'의 부재를 지적하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댓글 창에서는 "목표 금액에만 매몰되다 보면 달성 후 극심한 공허감이 찾아온다", "자산 규모와 무관하게 자신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모르면 삶의 만족도는 오르지 않는다"는 등의 조언이 이어졌다.

A씨 역시 "취향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무엇을 할 때 즐겁고 휴식 때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는 게 참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고 답했다.

금융·심리학계 관계자들은 이를 전형적인 '급격한 자산 증식 증후군'의 일면으로 풀이한다. 한 자산관리 전문가는 "투자 성공으로 단기간에 경제적 계층이 이동할 경우, 기존 관계망과의 괴리감이나 자산 방어에 대한 강박으로 심리적 고립에 빠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재무적 은퇴 준비뿐 아니라 자산 증식 이후를 지탱할 정서적 자본과 새로운 사회적 관계망 형성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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