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이어지던 지난 7월 인천에서 택배 분류작업 중 휴식을 취하던 40대 기사 A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나흘 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50대 택배기사 B씨가 출근 직후 구토와 함께 쓰러져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지만 사망했습니다. 이튼날 경기 연천에선 오후 9시에 귀가한 50대 택배기사 C씨가 의식을 잃고 숨졌습니다.
8월에는 경기 안성에서 50대 쿠팡씨엘에스 소속 택배기사(퀵플렉서) D씨가 일주일 연속 12시간 근무 후 몸에 이상을 느껴 스스로 119에 신고했지만 응급실에서 대기하던 중 사망했습니다. 사망진단서 상 사인은 뇌졸중과 심근경색에 따른 병사였습니다. 지난달 1일에는 대구의 쿠팡 퀵플렉서 E씨가 자택에서 화장실로 가던 중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4일 뒤 결국 숨졌습니다. 유족은 고인이 주60시간이 넘게 일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올해만 5명의 택배기사가 과로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장시간 노동과 불규칙한 근무, 심야배송이 과로사의 원인으로 지적됐습니다. 특히 택배기사들의 심야나 새벽 시간대 배송이 일상화되면서 생체리듬이 무너지고 수면 부족이 누적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9월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 방지를 위한 제3차 사회적 합의 추진 선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9.01/뉴시스
10월 22일 '심야·휴일 배송 택배기사 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택배 사회적 대화기구)'의 제1차 회의에서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심야시간(0~5시) 배송을 제한하고,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노조는 심야배송이 기사들의 과로사와 만성 건강 악화의 주된 원인이라며 "밤 시간 노동이 인간의 생체 리듬을 교란시켜 건강을 위협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쿠팡 정규직 배송기사로 구성된 쿠팡노종조합은 30일 입장문을 통해 "새벽배송은 국민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고, 쿠팡 물류에는 생명과도 같은 핵심 경쟁력 중 하나"라며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단순히 '야간 근로를 줄이자'는 주장만으로 새벽배송을 금지하자는 것은 택배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처사"라고 지적했습니다.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가 최근 야간 새벽 배송기사 24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그래프. 사진=뉴시스(CPA 제공)
쿠팡 위탁 택배기사 1만여명이 소속된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도 3일 성명을 통해 새벽배송 기사 2405명 중 93%가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한다고 답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이들이 야간배송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교통 혼잡이 적고 효율적(43%) △수입이 더 많음(29%) △주간 개인시간 확보(22%) 등이 꼽혔습니다. CPA는 "오전 5시 이후 배송을 시작하면 출근·등교 시간대 교통 혼잡과 엘리베이터 사용 증가로 정상적인 배송이 불가능하다"면서 "새벽배송 금지는 야간기사 생계박탈 선언이자 택배산업의 자해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새벽배송 제한에 대체로 부정적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9월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4.1%가 "심야배송이 중단되면 큰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소비자 단체 연합 보고서에 따르면, 새벽배송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의 98.9%가 '다시 이용하겠다'고 응답했으며, 현재 이용자는 약 2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유통업계도 한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냈습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지난 11월 4일 성명을 통해 "새벽배송 전면 제한이 소비자 생활 불편과 농어업인·소상공인 피해, 물류 종사자 일자리 감소 등 심각한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새벽배송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유통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새벽배송 산업은 약 6조8000억 원 규모의 시장으로, 여기에 38만 명의 중소상공인과 2만 1000여 농가 등 10만 3000개의 직접 일자리가 얽혀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