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초대형 합병선언 초읽기…긴장감 도는 은행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12 05:29

수정 2014.11.07 11:48


임박한 합병선언과 노조의 파업대응 기류가 서로 정면충돌하면서 은행권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빛+외환’ ‘국민+주택’ 등 초대형 합병선언이 이르면 13일이나 14일중 나올 것으로 알려지면서 12일 금융노조는 강력투쟁을 공식 경고했다. 그러나 은행별로는 노조의 반발강도가 달라 총파업 수위도 아직은 유동적이다. 관련 은행들은 서로 목소리가 다른 정부-대주주-노조 사이에서 막판 물밑 조율에 부심했다. 신한은행도 제주은행의 통합 선언을 위해 최종 준비에 분주했다.

◇국민+주택=우량은행간 초대형 합병카드인 국민·주택은행 합병에 대해 두 은행의 노조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최근 구성된 국민은행 노조 집행부는 12일 “은행원 4000명 이상의 희생을 초래하는 밀실 논의를 중단하라”며 “은행장 퇴진 운동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명동 국민은행 본점에서 임원회의가 열리는 동안 바깥 복도에서 합병반대 시위를 벌였다.국민은행 노조는 “구조조정의 불똥이 우량은행 직원들에게 까지 튀었다”며 전 은행권의 전면적인 대응도 구상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은행장 등 고위 관계자들은 이날도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는 자세로 일관했다.


이에 반해 주택은행 노조는 “좀더 지켜보자”는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조 관계자는 “국민은행 노조의 성급한 대응이 오히려 두 은행간 합병을 더 기정사실화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신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나 대규모 인원감축이 수반되는 대형 우량은행간 합병에는 파업도 불사할 것임을 천명했다.

주택은행의 김정태 행장 등 경영진들도 “합병에 관해 뭐라고 말할 상태가 못된다”는 국민은행과 비슷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빛+외환=한빛은행은 외환은행과의 합병이 이르면 13일 전격 발표될 것으로 알려지자 합병후 구조조정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한빛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이 아닌 외환은행과 합병할 경우 30∼40%의 감원이나 점포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불안해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노조측은 지난 11일까지의 온건기류에서 강성기류로 급변했다.이성진 노조위원장은 “과거 한일·상업은행 합병시 46∼47%의 감원이 단행됐다”며 “외환은행과 다시 통합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이 위원장은 이날 김진만 행장과 면담을 가진데 이어 오후 5시에는 행내 방송을 통해 한빛·외환은행 통합의 부당성을 대대적으로 알렸다.노조는 이날부터 비상대기 체제에 돌입했으며 이르면 13일중에 철야농성에 들어가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다.

외환은행은 13일 오전 1시에 대주주인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공식 결정이 나오는 것과 관련, 12일에는 일단 한 템포 숨을 조절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노조측은 일단 하루 더 사태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며,임원들도 비상대기 상태”라고 말했다.

◇하나+한미=하나·한미은행은 오히려 차분한 분위기다. 노조의 움직임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은행 합병의 최대 복병으로 떠올랐지만 하나·한미은행의 노조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두 은행 경영진은 합병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병주 칼라일그룹 아시아회장이 12일 귀국 후 어떤 식으로든 합병에 대한 입장을 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칼라일의 입장 전달을 기다리고 있다.
김병주 회장은 12일 오후 귀국 후 여장도 풀지 않은 채 곧바로 선약이 잡혀있어 어디론가 향했다.

두 은행 노조들도 사실상 합병을 기정사실화하며 은행측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한정윤 하나은행 노조위원장은 “인력감축이 뒤따르는 합병 자체를 찬성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은행이 생존하기 위해 합병외에 대안이 없다면 한미은행이 가장 낫다는 것이 노조 입장”이라고 말했다.

/ ykyi@fnnews.com 이영규·장경순·임대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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