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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동복 ‘명품열풍’ 씁쓸


서울 강남 압구정동 일대에는 몇해 전부터 수입 아동복 전문 매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현재 10여개 대형매장이 자리를 잡고 있는 등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주요 백화점 매장에도 외국 유명 브랜드들이 주요위치를 독식하고 있다.

이들 매장에서 판매하는 옷들은 품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평균 수십만원대의 고가다. 매출도 꾸준히 상승중이다. 일부 매장의 매출은 매월 평균 5000만원을 상회할 정도로 고공비행이다. 경기침체로 소비심리 위축이라는 말이 적어도 이곳에서는 무색하다.

외국계 브랜드들의 시장공략으로 수십년간 시장을 주도해 왔던 국내 아동복 브랜드들은 아울렛과 할인점 등 중저가 유통시장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몇몇 유명의류업체가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고 올해 가을 시즌부터 고가 아동복 시장에 뛰어들기로 해 주목받고 있다. 이들 업체는 이미 10여개 백화점 매장을 확보했거나 확보할 예정이며 철저한 사전준비를 통해 시장에서의 조기 정착을 노리고 있다.

이들의 시장진출로 인해 아동복 시장의 양극화는 심화될 수 있다. 고급화를 더욱 부추킬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으로는 중저가 아동복을 생산하는 업체가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질 것이 분명하다. 수년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신발 브랜드들이 국내시장을 잠식하면서 무수히 많은 토종 신발업체들이 시장에서 모습을 감춘 사례가 의류업에서 재현될 확률도 높다.

아동복 시장의 고급화는 경제성장, 저출산 경향이 낳은 결과다. ‘하나 뿐인 혹은 몇 안되는 내 자식만큼은 남보다 좋은 옷 입혀야지’하는 부모들이 몇십만원대의 고급 옷을 찾는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모들의 럭셔리 신드롬과 맞물린 고가 브랜드 확산은 상대적으로 덜 가진 부모와 그들의 자녀에게 또 다른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다.


고가 아동복을 파는 기업과 이를 찾는 소비자들의 구매행태를 막을 수 있는 권한은 아무에게도 없다. 그러나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상대적으로 못가진 사람들의 형편을 기업을 비롯한 사회주체들은 알아야한다. 기업이 ‘장사 잘되는 것’만 추구한다면 말이 안된다.

/ youst@fnnews.com 유선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