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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서울 8학군과 美 아이비리그

장승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5.22 09:33

수정 2014.11.07 17:35


미국의 부동산 상승을 주도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최근 들어 부동산에 관한 새 통계 자료가 속속 입력되고 있다. 우선 캘리포니아의 신규주택 건축이 계속 늘어나면서 14년래 최고치 기록을 세우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라크전쟁이 한창이었던 지난 3월중에도 신규주택 건축승인 건수는 꾸준히 늘어 전달보다 8.2%나 증가했다. 올 들어 3개월 동안 신규 주택의 승인 건수는 총 3만2182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25.8%나 급증해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주택시장 열기를 반영했다.

이와 관련된 기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외국 태생 미국인의 자기 집 보유율이 50%를 돌파해 본토 태생의 미국 백인들의 자가 보유율 75%를 추격하고 있다는 것이 그런 내용들이다.
하버드대학 주택연구소가 발표한 “신미국인 신주택 소유주”라는 보고서에서는 향후 10년간 1000만 이민자들이 주택을 구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들의 구매 형태가 미국 주택건설경기를 크게 좌우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민자가 많은 캘리포니아의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더욱 흥미로운 부동산 통계 자료가 발표됐다. 매사추세스주의 주택소유주들은 매달 2760달러의 주택가치 상승을 만끽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데이터퀵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주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주택 소유로 인한 재산가치가 1·4분기 현재 매월 전국 평균 708달러씩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올 들어 미국에서 가장 높은 가치 상승을 얻은 매사추세스주 뒤를 이어 캘리포니아주(2481달러), 뉴햄프셔주(2301달러), 워싱턴 DC(2144달러), 뉴저지주(1901달러), 로드아일랜드주(1757달러), 뉴욕주(1603달러) 순으로 집계됐다. 집값 상승률 상위에는 이민자들 때문에 강세를 보이는 캘리포니아주와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를 제외하면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교육 여건이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이미 지난해 연말에도 캔자스의 부동산 연구기관인 모건 퀴트노 프레스가 진단한 바가 있다. 즉 교육 여건이 우수한 동부 지역의 집값이 연평균 10% 안팎의 높은 상승률을 보인 반면에 서남부 지역의 집값은 지난 80년대 이래 소걸음을 계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여건이 우수한 코네티컷, 버몬트, 뉴저지, 메인, 매사추세스, 로드아일랜드, 뉴햄프셔 등의 집값은 연평균 8% 이상 상승한 반면에 텍사스, 뉴멕시코, 애리조나 등 서남부의 집값은 연평균 3% 정도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한국의 부동산에 관련된 정책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난다. 툭하면 국세청이 동원되어 투기꾼을 색출한다, 걸핏하면 투기 지역을 지정해 과세를 하겠다 하며 소란을 피운다. 얼굴에 여드름 같은 것이 지속적으로 나고 있는데 칼을 들고 수술하겠다고 나서는 꼴이다. 위장이 잘못되어 날 수도 있고,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있어 피부에 뭔가가 생길 수도 있는데 도무지 그 근본적인 원인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의 이주 때문에 값이 오르거나(신도시), 행정 수도 이전과 관련해 값이 오르는 것은 사실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미국과 마찬가지이면서도 앞으로 훨씬 더 심각해질 수 있는 원인이 바로 대학진학과 연결된 교육의 문제이다.

한국 부동산을 잡으려면 우선 그 진원지인 서울 강남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그 핵심 이유가 부동산 투기나 부동산 그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바로 명문대를 대거 입학할 수 있는 명문 고등학교에 있다. 강남과 강북의 명문대 진학률과 집값이 비례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두면 지역적인 편차는 더욱 커지고 이것은 다시 전체적인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국토가 투기장화되어 있어 없는 사람은 더욱 고통받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도 아니고 고소득층도 아닌 어정쩡한 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국가로부터 혜택도 못받고 큰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겨우 영세민에서 벗어나는 수준의 수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오히려 영세민보다 생활형편이 못하다. 낮은 금리도 문제다. 상황이 이 정도면 금리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또한 ‘떴다방’으로 불리는 투기군을 잡아들여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지금 한국 교육에 염증을 느낀 유학생들이 줄을 이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고, 1년에 수십억달러의 외화가 새고 있다. 돈도 잃고, 사람도 잃고, 부동산마저 흔들리는 것의 그 뿌리에는 교육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혁명적인 조치 없이는 나라의 장래가 없다.

/양헌석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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