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2004년 산업계 총결산-나홀로성장]기술·품질 앞세워 수출 2천억弗 돌파

박찬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2.12 12:14

수정 2014.11.07 11:21


2004년이 저물어간다. 올 해는 ‘환율급락, 유가급등, 원자재 대란’ 등으로 과거 어느해보다 산업계의 경영여건이 악화된 한 해였다. 내수불황 장기화에다 원화강세에 따른 수출타격까지 겹치면서 산업계는 설상가상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세자릿수’까지 하락할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들은 잇따라 비상체제를 선포하고 초긴축경영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외국계 대형 자본들은 국내 알짜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섰고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과거 어느해보다 국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됐던 올 한해를 되돌아보며 산업계의 현안 및 주요 이슈들을 5회에 걸쳐 정리해본다.


<편집자주>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이라는 버팀목이 없었다면 ‘위기’를 맞을 만큼 어려움이 컸다. 지난해부터 몰아친 내수불황 한파는 올 해도 산업계 전체를 뒤덮으면서 기업들을 벼랑으로 몰았다. 경기침체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풀릴 기미를 보이지않아 내수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위기감은 최악에 달했다.

그러나 해외로 눈을 돌려 강력한 ‘수출드라이브’를 건 기업들은 올 해 사상 처음으로 2000억달러 수출실적을 올리면서 수렁에 빠진 ‘한국경제’를 구했다. 휴대폰 수출은 반도체를 앞질렀고, 자동차는 수출역사상 처음으로 300억달러를 돌파했다.

◇2000억달러 ‘수출 행진’=올 해 삼성,LG,현대차,SK 등 대기업들의 수출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수출’이 우리 경제의 핵심 원동력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지난 95년 1000억달러 수출 달성 이후 우리 수출기업들은 9년만인 올 해 2000억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연말까지 우리 수출은 지난해에 비해 30% 성장한 252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외국인 누적투자도 1000억달러를 달성해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수출이 크게 증가한 것은 지난 1987년 ‘3저(低) 호황’을 이룩했던 때와 비슷하다. 당시 유가.금리,환율이 모두 안정세를 보여 국내 수출업체의 무역여건은 최상이었다. 그러나 올 해는 ‘3저 현상’을 보이지는 않지만 신기술,신제품을 앞세워 공격적 수출을 감행하면서 유례없는 수출성과를 올렸다.

전문가들은 올해 수출호조의 이유로 ‘중국경제 급상승,미국과 일본 등의 경기 회복’등을 들고 있다. 또 휴대폰,자동차,반도체 등 경쟁국에비해 우위에 있는 상품의 수출호조를 주요이유로 꼽고 있다.

반도체,무선통신기기,자동차 등 3대 수출품목이 40%를 넘는 수출증가율로 수출을 주도했으며 컴퓨터,선박,석유제품,합성수지 등 10대 상품이 모두 수출 급증세를 보였다.

특히 국가별로는 중국 및 홍콩 수출이 40% 이상 증가해 전체 수출시장 성장을 주도했다. 기업별로는 삼성,LG,현대차,SK 등 4대그룹을 비롯 포스코,한진,한화,금호아시아나,두산,코오롱 등 중견그룹들의 수출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의 경우 올해 수출규모가 작년보다 27.8% 많은 232만대까지 늘어나, 수출금액은 사상 처음 3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얼음처럼 차가운’ 내수시장 =가계부채, 카드사 부실 및 청년실업, 노사관계 불안, 부동산 가격 안정 등의 압박요인으로 올 내수시장은 꽁꽁 얼어붙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연초부터 냉각된 소비심리는 하반기까지 지속되면서 자동차,가전,의류 등 내수의존도가 높은 업체의 판매실적이 줄줄이 추락하며 장기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통계청은 10월까지 서비스업 생산이 1년 전보다 1.7%줄어 4개월째 하락하고, 소매업 생산은 2.4% 줄면서 21개월째 하락했다. 이는 서비스업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99년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기록됐다.

또한 가전,자동차 등의 판매율은 평균 10∼17%까지 하락했고, 의류 16%·차부품 은 11.9%나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다양한 이벤트 및 공격 마케팅을 통해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얼어붙은 내수시장은 해빙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올 해 자동차의 경우 유가 급등,가계신용불량 등의 영향까지 겹치면서 지난해보다 판매율이 16.6%까지 줄어든 110만대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가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pch7850@fnnews.com 박찬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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