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한국경제 백년대계가 없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07 12:49

수정 2014.11.07 19:32



프란스 햄프신크 주한 유럽연합 상공회의소(EUCCK) 회장은 한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허브 전략을 ‘즉흥적인 임시 변통’이라고 격하하면서 ‘기껏해야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물류 틈새에 그칠 것’이라고 혹평했다. 대안으로는 싱가포르처럼 나라 전체를 자유무역지대로 탈바꿈할 것을 제시했다. 지방에 몇개의 경제자유구역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중국으로 가는 해외 직접투자의 물길을 한국으로 돌릴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과연 동북아 허브 전략이 ‘물류 틈새’로 전락할 것인가, 또 나라 전체를 자유무역지대로 만드는 것이 유일한 대안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한 진정한 장기 프로젝트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지적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진정한 장기 프로젝트, 다시 말하면 국가백년대계가 확실하게 서 있다면 EUCCK가 ‘2005년 EUCCK 무역장벽 백서’를 통해 지적하고 있는 관료주의, 부처간의 협력과 조정 부족, 그리고 각종 규제 역시 그 스케줄에 맞춰 스스로 개선하고 완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북아 허브 전략을 비롯해 한국경제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지 않는 것은 비단 EUCCK만이 아님도 주목할 대목이다.
IBM의 비즈니스 가치혁신 연구소가 세계 최고경영자 456명과 1대 1 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을 이끌 국가는 중국과 인도며 주요 허브국가로는 싱가포르와 홍콩을 꼽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은 ‘시장 성숙도에서는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고 역동성은 신흥 국가보다 떨어진다’면서 ‘지켜봐야 할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결국 우리가 하기 나름에 따라 이 지역의 성장엔진과 허브국가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적어도 해외 시각, 그것도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유럽 상공인의 시각이 ‘임시 변통’으로 격하하는 전략으로는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동북아 허브국가가 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동북아 허브 전략에 얽매이지 말고 정밀한 현실 진단과 논리적인 미래 예측을 바탕으로 ‘진정한 장기프로젝트’, 다시 말하면 국가백년대계부터 점검, 보완할 것이 있으면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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