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對美 FTA협상 미룰 수 없다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그 필요성을 강조한데 이어 권태신 재경부 차관은 “집단이기주의가 스크린 쿼터에도 있다”며 영화계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대미 FTA 협상의 최대 장애물을 정면 돌파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영화인들은 지난해 유네스코가 채택한 ‘문화다양성 협약’을 내세우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인들은 구속력 없는 협약보다는 현실적인 세계화가 훨씬 더 큰 시대적 흐름임을 알아야 한다. 영화를 단순히 ‘문화’라고 고집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영화 한 편이 자동차 수천, 수만대를 수출한 것과 맞먹는 수익을 올리는 게 현실이다. 우리도 한류 붐을 타고 해외에서 돈을 벌고 있지 않은가.

쌀 시장 개방 때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어떻게든 한국적 특성을 인정받아 개방을 늦추려고 애썼지만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했다. 홍콩 원정투쟁도 구호만 외쳤을 뿐 원하는 것을 얻지는 못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경쟁과 시장개방을 특징으로 하는 세계화 속에서 영화만 줄기차게 보호막을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뒤늦게 등 떼밀려 문을 열기보다는 스스로 외국 업체들과 겨뤄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한다. 삼성전자가 국내 시장에만 안주했다면 과연 오늘날과 같은 신화를 창조할 수 있었을까. 영화 업계라고 국제시장에서 제2의 삼성전자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다행히 영화산업은 지금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다. 과거 국산 영화의 시장점유율이 40%를 넘으면 쿼터를 줄이겠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현재 59%까지 올라선 상태다. 홀로서기를 선언하기에는 지금만큼 좋은 때가 없다. 그런데도 습관적으로 무조건 안된다고 외치는 건 옳지 않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대미 FTA 체결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시장 개방에 맞서다가 홍역을 치른 경험은 쌀 하나로 충분하다. 세계화와 FTA라는 시대 흐름을 막을 수 없다면 스크린 쿼터 대체 방안을 제시하는 등 실속을 챙기는게 더 현명하다. 이제 영화인들은 낡은 ‘국산품 애용’ 유성기를 그만 틀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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