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민방 공모 유찰 5월 이전에 재심사
경인 민방의 재개국이 미뤄졌다. 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는 23일 지난 2004년 말 정파된 경인방송을 새롭게 운영할 신규사업자 공모 결과, 기존에 신청서를 제출한 5개 컨소시엄을 모두 자격 미달로 판정했다.
이에 따라 방송위는 현 위원들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5월 이전에 다시 신청서를 받아서 재심사키로 했다. 그동안 지역민방 선정은 공보처 시절에 3번, 방송위에서 4번 실시됐지만, 공모가 유찰된 것은 이번 경인민방이 처음이다.
방송위원회는 이날 “경인민방 새 사업자 선정을 위한 심사 결과 모두 기준 점수인 650점에 미달, 신규사업자 허가추천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방송위의 양휘부 상임위원은 “이번 심사는 5개 신청사업자 가운데 상대적으로 우수한 1개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준 이상을 충족하는 사업자 가운데 우수한 사업자를 선정하는 절대평가였다”면서 “신청사업자들이 제출한 사업 계획의 구체성 부족과 실현가능성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신청사업자 모두 허가추천에 필요한 기준점수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구체적 일정과 심사기준 등은 조속히 마련해 공표하겠다”며 “향후 최적의 사업자가 선정돼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합종연횡 불가피…굿TV·경인열린방송 중심
방송위에 따르면 경인지역 지상파방송사업자 허가추천 심사위원회 심사평가 결과 CBS가 주도하는 굿TV가 640.65로 1위를 차지했으며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와 하림의 경인열린방송(640.05), 한국단자와 서울문화사 등의 나라방송(634.39), 휴맥스의 TVK(610.22), 영안모자의 KIBS(580.09) 등 순이었다. 방송위의 기준점수인 650점을 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결국 방송위가 새 경인방송 사업자 허가추천을 절대평가 점수를 근거로 거부함에 따라 앞으로 기존 컨소시엄간 합종연횡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 사업자들 중 가장 많은 점수를 받은 굿TV와 경인열린방송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자들간 통합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높다.
아울러 새롭게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경인열린방송의 경우 새 경인방송 사업자 공모단계부터 경기·인천 지역 중소기업들에게 컨소시엄 참여의 문호를 열어왔다. 그러나 점수가 낮게 나온 컨소시엄에 참여한 일부 기업의 경우 방송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나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다.
■그랜드컨소시엄 탄생 가능성
유력 컨소시엄간 협력을 통한 ‘그랜드 컨소시엄’ 탄생 가능성도 다시 커졌다.
실제로 경인열린방송을 이끄는 중소기업협동중앙회와 굿TV 컨소시엄의 주력인 CBS의 대표자들은 사업 신청서 제출 이전에 직접 만나서 사업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방송위가 지난해 10월 종교단체나 정부 출연기관의 경우 경인방송 지분 5% 이상을 취득하면 감점을 하겠다는 이른바 ‘5% 지양 룰’를 발표하면서, 이 규정에 해당하는 CBS와 기협중앙회 사이의 협력이 물거품 됐다.
그러나 방송위가 새 경인방송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5% 지양룰 적용은 상당히 미미했다고 23일 밝힘에 따라 양측의 협력 가능성이 다시 높아진 것이다.
실제 5% 지양기준에 걸린 CBS 주도의 굿TV와 기협중앙회 주도의 경인열린방송은 0.6점 차이로 1, 2위를 각각 차지해 5% 지양룰의 적용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민방 공모유찰은 처음 있는 일
새 경인민방은 지난해 9월 방송권역이 사실상 서울을 포함함 경기 전 지역으로 확대됨에 따라 정치권뿐만 아니라 기존 방송사들이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경인방송 얘기가 자주 거론되고 심지어 청와대의 개입설까지 난무하는 등 시끄러운 나날이었다.
게다가 그동안 새 경인방송 사업자 후보에 나선 일부 컨소시엄들은 경쟁 후보자들의 단점을 최대한 부각시키거나 헐뜯기를 통해 이득을 챙기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때문에 방송위가 그동안의 과도한 부담감을 벗지 못한 것이 이번 새 경인방송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한 배경이 됐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실제 최근 7차례의 지역민방 선정과정에서 공모가 유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
그러나 아직까진 방송위가 공정성과 사업성을 함께 평가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공모를 유찰시켰다는 편이 우세하다.
한국방송학회 이권영 회장은 “사업자의 경영구조에 문제가 생겨서 iTV(경인방송)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튼튼한 경인민방이 태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점을 신중하게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업자 선정까지 한두 달 늦어진다고 하더라도 좋은 방송 사업자가 선정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렇게나 선정하면 제2, 제3의 iTV(경인방송) 사태가 생길 수 있다”며 방송위의 철저한 재심사를 주문했다.
/ rainman@fnnews.com 김경수 강두순기자
■사진설명=경인민방 심사위원장인 양휘부 방송위 상임위원이 23일 오전 서울 목동 방송위원회에서 경기·인천지역 민영방송의 새 사업자 선정이 무산됐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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