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FTA피해 경제논리로 풀어야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 상영 일수)를 현행 연간 146일에서 73일로 축소키로 결정함으로써 그 동안 숙제로 남아 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연내 체결이 가시권에 들어선 것은 다행한 일이다. 또 유럽연합, 아세안 등 거대 경제권과의 FTA 역시 올해나 내년 중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여 명실상부한 자유무역시대를 맞게 되었다.
시장 개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추세다. 정부가 2월 중에 의료, 교육을 비롯해 법률, 회계, 세무 등 10개 분야에 대한 개방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흐름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개방 확대에 따른 연관 산업의 피해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에 있다. 개방을 전후해 각종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는 데서 정부의 고충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 정책이 반드시 경제논리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 정치논리의 지배를 받고 있는 감이 적지 않음은 반성할 대목이다.
가장 이상적인 지원 정책은 시장 개방에 앞서 연관 산업의 피해 최소화 차원을 넘어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정부가 반드시 이러한 노력에 주력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우리 현실이다.
영화 산업의 경우 이미 세계시장에서도 밀리지 않을 최소한의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봐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일본, 중국, 동남아에서 일고 있는 ‘한류 붐’이나 국내 극장가의 흥행 성적이 외화를 앞지르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도 영화계가 스크린쿼터 축소에 단식이라는 극한 투쟁 방안을 들고 나오는 것이나 정부가 국고 2000억원과 영화관 입장료에 5%의 부과 모금을 통해 총 4000억원의 ‘한국 영화발전기금’을 조성, 비주류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제작 등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해하기 결코 쉽지 않다.
FTA로 인한 피해 기업, 업종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는 피해 실상에 대한 구체적인 점검을 전제로 해야 함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관련 업계가 반대한다고 해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지원’이 아니라 ‘낭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FTA뿐만 아니라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 따른 피해 구제나 지원은 정치논리가 아니라 경제논리에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