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회장님은 디자인·컬러 전도사…대기업 디자인 인력 5배나 늘어

박찬흥 기자
파이낸셜뉴스

‘디자인과 같은 무형의 창조적 자산이 21세기 기업 경영의 최후 승부처가 될 것이다.’(삼성 이건희 회장)

‘디자인을 모르는 경영자는 실패뿐이다.’(잭 웰치 GE 전 회장)

상품의 부가가치 창출이 엔지니어의 손에서 디자이너 손으로 넘어가면서 그룹 총수들에게도 ‘디자인 경영’과 ‘컬러 경영’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 동안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바로미터’는 기술과 품질이었지만 ‘감성 경영’시대가 열리면서 제품의 디자인과 컬러가 경쟁력의 핵심 키워드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 현대차, LG, SK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앞다퉈 디자인 경영을 강조하면서 잇따라 ‘디자인 리더’로 변신하고 있다.

■그룹 총수들 ‘디자인 혁명’ 선언

국내 그룹 중 가장 먼저 디자인 경영을 강조한 총수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다. 이회장은 지난 96년 삼성 전 계열사에 ‘디자인 혁명’을 주문한 후 올 들어서도 지속적인 디자인 개혁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회장은 지난해 ‘디자인 혁명 선언 10주년’을 계기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계열사 사장단과 ‘디자인 전략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회장은 “디자인이 21세기 기업 경영의 최후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올 들어 이회장은 디자인 개혁 진척 상황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요즘 이회장은 사장단회의를 통해 독창적 디자인, 유저 인터페이스(UI·사용자 중심의 환경) 구축 등을 통해 ‘월드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디자인 경쟁력 확보를 주문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세계무대에서 글로벌 자동차메이커와 경쟁하기 위해 ‘현대차 디자인 DNA’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독자적인 자동차 DNA 계보를 구축, 디자인만 보고도 한눈에 현대, 기아차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회장은 사장단회의 때마다 “자동차 디자인은 5∼7년을 내다보고 해야 한다”면서 “디자인 경영이 현대차의 미래를 담보하게 될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현대, 기아차는 자동차 디자인 DNA를 통해 양사간에도 디자인 차별성을 기하고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세계적 자동차와도 디자인 차별화를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구본무 LG 회장은 ‘기술 경영’에 이어 최근 ‘1등 디자인 경영’을 강조하면서 공격적인 ‘디자인 리더’로 변신하고 있다. 이에 LG전자는 디자인 경영 전개를 위해 최근 ‘글로벌 톱 디자인 by 2007’ 선포식을 갖고 ‘1등 디자인(Great Design)’ 창출을 위해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LG전자는 구회장의 지침을 받아 ‘가장 잘 팔리는(Best Selling)’ ‘가장 고급스러운(Most Advanced)’ ‘월드 1등 디자인(Great Design)’을 3대 디자인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요즘 ‘컬러 경영’을 강조한 ‘감성 경영’ 전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회장은 빨간색과 오렌지색을 혼합한 새로운 그룹 로고를 런칭하면서 감각적인 컬러 경영을 펼쳤다. 이러한 컬러 경영은 계열사들의 기업 색깔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SK㈜의 ‘빨간모자 아가씨’, SK케미칼 ‘트라스트’의 노란색 컬러 이미지는 최회장의 감성적인 컬러 경영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밖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아름다운 기업’을 모토로 정하면서 계열사에 ‘감성 경영’과 ‘디자인 경영’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박회장은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IDAS)의 ‘디자인 매니지먼트 전문과정’에 수학하고 있으며 계열사 임원 165명에게도 디자인 수업을 받도록 하는 등 ‘디자인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기업 미래, 핵심 디자인 인력에 달렸다

‘대박 폰’으로 불리는 LG전자의 ‘초콜릿폰’, 국내외에서 1000만대가 넘게 팔린 삼성 휴대폰 ‘T-100’의 신화는 소비자의 욕망을 간파한 디자인 혁신을 통해 이뤄졌다.

두 제품은 디자인 컨셉트에 기술을 맞췄다. 디자인이 먼저이고 그에 부합하는 기술은 나중에 개발했다. 이처럼 대박 제품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은 총수들의 디자인 경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전문 디자인 인력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에는 다른 기업에서 보기 드문 직함이 있다.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최지성 사장의 공식 직함은 CDO(Chief Design Officer)다. ‘최고 디자인 책임자’라는 뜻이다. 그만큼 디자인 경영이 중요해지면서 CDO도 탄생하게 됐다.

LG전자의 경우 지난 91년 대기업 최초로 디자이너 출신을 이사로 임명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부사장을 선임했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기업들마다 디자인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전문인력 수도 증가하고 있다”며 “삼성과 LG의 디자인 인력은 500∼550명으로 예년보다 5배 이상 늘었고 현대기아차도 327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 pch7850@fnnews.com 박찬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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