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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성장의 종말]‘풍요의 시대’ 끝이 보인다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4.12 14:41

수정 2014.11.06 07:47



지난 200년 간을 대표하는 한 단어를 생각하면 아마도 ‘성장’이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식민지 확보를 통한 제국주의의 팽창, 대량공급을 통한 기업들의 성장 추구, 그리고 성장 일변도의 국가 정책 등에서 우리는 성장을 지고의 선으로 생각하는 흐름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성장 위주의 사고들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음을 경고하는 징표들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빈부간의 갈등을 비롯하여 최근 프랑스의 대규모 시위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의 성장 위주 정책은 분명 많은 갈등과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성장과 관련하여 우리는 가장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잊고 있다. 그것은 바로 지구상의 어떤 것도 영원히 성장하지 않는다는 진리다.
나무가 하늘까지 자랄 수 없듯이 성장은 결국 한계에 달할 수밖에 없으며 그렇다면 성장이 종말을 맞을 것인가는 의미 없는 질문이며 언제 성장이 한계에 달할 것인가를 묻는 것이 옳을 것이다

30여년 동안 독일의 ‘경제·사회문제연구소’ 소장을 맡아오고 있는 마인하르트 미겔이 저술한 ‘성장의 종말’은 지난 수백 년간 기술적·산업적으로 우위를 점해왔던 서구의 시대가 이제 그 한계에 달해 종말을 맞고 있다고 경고하며 모든 문제를 경제성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기존의 사고를 버리고 새로운 흐름에 현명하게 적응해야만 미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동안 과도한 물질적 풍요을 누려왔던 서구인들은 휴식과 안락만을 원하고 힘들여서 자식을 키우려 하지 않아 오늘날 서구 사회는 저출산으로 인한 고령화와 함께 급속도로 노쇠해지고 정체되어 가고 있다. 더욱이 중국, 인도 등 신흥경제강국들이 서구의 시장을 차지하고 서구의 기업들이 이들 나라들로 공장을 옮겨 실업이 증가하는 등 오늘날 서구 사회, 그 중에서도 특히 유럽은 그야말로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위기는 끝이 없으며 위기를 맞이함으로써 멈춘다고 주장한다. 즉 위기란 어떤 상태가 아니며 하나의 시점으로 이 시점이 되면 새로운 과정이 진행되는 전환점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서구는 이제 기존의 성장제일주의의 논리가 한계에 달했음을 인식하고 절제와 검약, 그리고 전체에 대한 배려를 토대로 보다 현명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향해 나아가고자 노력해야만 또 다시 전 세계에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가 서문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사람들이 날씨와 계절의 변화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고 나름대로 적응하고 대비하기도 하지만 날씨와 계절의 변화를 불러오는, 보다 근본적인 기후의 변화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성장률, 실업, 구조조정 등에 대해서는 모두들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지만 전 세계에서 민족이나 국민경제, 무역의 흐름이 근본적으로 변화고 있다는 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기후의 변화처럼 이러한 흐름은 언젠가는 모든 것을 바꿔놓고 말 것이다.

/jochoi@bookcosmos.com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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