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경제號 순항할까]연금개혁등 현안 산적 ‘黨·政 컨트롤’ 관건

참여정부의 집권 후반기를 책임질 ‘권오규 경제호’가 3일 출범했다.
이날 부분 개각으로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 등 새로운 경제팀이 앞으로 당·정·청의 경제사령탑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새 경제팀은 지난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하반기부터 경제 살리기에 ‘올인’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어서 앞으로 나올 정책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러나 경제문제를 둘러싼 당·정·청간 이견해소는 물론이고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거세게 불어닥칠 정치권의 외풍 차단은 권오규 경제호가 헤쳐나가야 할 시련이 될 것으로 보인다. 표심을 얻기 위해 여당의 요구를 놓고 마찰이 생길 경우 권 부총리 내정자가 어떤 정치력을 발휘할지가 주목된다.
■권오규 경제팀, 노대통령 오래 전부터 구상
청와대는 권오규 경제부총리 임명은 오래 전부터 구상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정책수석으로서 실력을 검증한 뒤에 임명했다는 설명이다.
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은 3일 개각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로 임명할 때 선진국 사회복지정책과 경제정책의 상호 연관성 및 역할과 우리나라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을 연구토록 지시했다”면서 “노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구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수석은 “권내정자는 OECD 대사 시절 40여개 정책과제와 시사점을 끊임없이 연구했고 최근 노대통령은 권내정자를 경제수석으로 임명해 이를 1차로 점검했다”면서 “노대통령은 권내정자가 정책수석을 맡아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아우르는 작업을 어느 정도 정리했다고 판단해 이번에 내정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제와 사회·복지정책을 접목하는 권내정자의 역할과 관련 “경제정책 기조 변화는 없고 양극화와 동반성장 정책은 이미 다 녹아 있으며 눈높이를 어디에 두느냐에 달렸다”면서 “책임자가 어떻게 가다듬고 접근하고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며 그런 점에서 이 같은 업무를 맡아온 경제관료가 없다는 점에서 권내정자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정책 합리적으로 바뀔 것”
관가는 권오규 경제호 출범으로 경제정책 방향이 ‘좋은 방향으로’ 수정될 것이라는 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강성이던 김병준 전 정책실장이 합리적인 변양균 정책실장 내정자로 바뀌기 때문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재경부의 한 국장급은 “재경부와 청와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만큼 정책우선 순위를 잘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제부처 관계자는 “앞으로 새 경제팀은 규제완화와 기업도시 활성화 등 경기진작을 통한 성장전략을 추구해야 한다”면서 “양극화와 부동산 문제에 집착하고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에 발목을 잡힐 경우 역시 마찰을 피하기 어려워 마무리 투수가 아닌 중간투수로 끝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경제운용 방향과 관련 “하반기에 경기둔화 가능성이 큰 만큼 경기회복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당장 경기부양보다는 과학기술 인프라 구축, 신성장사업 확충 등 투자활성화에 역점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희망사항들은 권 내정자가 부처를 확실하게 ‘장악한다’는 전제조건을 깔고 있다. 물론 일은 ‘자리’가 하는 것인 만큼 별다른 문제가 없고 권내정자가 친화력과 순발력이 있는 만큼 관료들의 쉽게 껴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대세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다는 게 관료들의 속내다.
우선 경제부처 내에 행정고시 기수나 나이가 비슷한 관료가 적지 않고 선배나 거물 정치인들도 포진해 있다. 후속인사를 할 경우 애를 먹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박병원 제1차관, 열린우리당 김경호 수석전문위원, 이승우 정책조정국장이 권내정자와 경기고 동창(71년 졸업)이고 장태평 정책홍보관리실장은 2년 선배다.
재경부 관계자는 “권내정자는 역대 부총리 중 가장 젊어서 현직 1급들 중 친구나 선배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점이 부처 장악에 있어서 애로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당장 후속 인사가 단행 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하반기 과제중 연금제도 개혁, 저출산·고령화 재원마련 등은 보건복지부, 기획예산처 등과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요하지만 장·차관 경력이 없는데다 고시기수, 나이에서도 중량감이 떨어져 원활한 협력이 이루어질지도 미지수다.
■외풍 차단…컨트롤타워 기능회복 관건
따라서 권내정자가 정치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경제정책 ‘컨트롤 타워’인 재경부 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덕수 부총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부동산 정책 등이 “흔들림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수차례 밝힌 바 있으나 지방선거 참패 이후 여당의 강력한 요구에 밀려 최근 재산세 인하가 단행되는 등 외풍을 제대로 막지 못해 정책 혼선을 야기시켰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권내정자는 앞으로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놓고 당정협의를 해야 하는 것을 비롯, 세제개편안 마련, 비과세 감면제도 개편, 연금제도 개혁, 저출산·고령화 재원마련 등 여당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더욱이 당청간 소원한 관계도 복원시켜야 경제정책을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다. 상당한 정치력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한 차관급 관계자는 “거물 정치인인 정세균 산자부 장관과 선배 관료인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버티고 서 있는 만큼 당정협의 과정이 녹록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무게 있는 부총리로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필요가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오문석 상무는 “부동산 정책 등 당장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은 다양한 의견 수렴과 조정 과정을 거쳐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향후 연금개혁, 한·미 FTA, 서비스산업육성 등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과제에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 csky@fnnews.com 차상근 김홍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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