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불법 다단계에 멍드는 사람들/윤봉섭 산업1부장

최근 피해액이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다단계 업체의 불법 행위가 연이어 적발돼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1만개 이상으로 추정되는 다단계 업체는 줄어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한번 빠져들면 ‘가족도 잊는다’는 다단계 판매원들은 특정 직급에 오르기 위해 사재기를 한다. 다단계 업체 사업설명회장에는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해 사회를 보고 웬만한 전직 고위 공직자들이 대거 사업자로 활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주에는 N사 회장인 유명 탤런트 정모씨(68)가 매일 투자설명회를 열어 투자금의 150%에 해당하는 고액의 배당금을 주겠다고 속여 투자자 9000여명으로부터 1034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혐의로 입건됐다. 정씨는 아들이 설립한 회사의 투자가 지지부진하자 지난 4월부터 전국 50여개 지점을 돌면서 투자설명회에 참여해 거액의 투자금을 모은 것으로 드러났다.
제이유, 다이너스티 등 꽤 이름이 알려진 업체들은 전부 유명 인사들을 사업자로 포섭하고 이들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고 있다. 문제는 대중적인 인기만 있는 인사가 다단계 판매시장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나 초청한 회사에 대한 정보도 없이 선동적인 발언을 한다는 것이다.
RG인터내셔널은 투자자들에게 의료기 다단계 사업을 한다고 속여 투자자 6000여명으로부터 3100억원의 투자금을 모집했다. 이 과정에서 유명 영화배우 남모씨를 명예회장으로 두고 각종 광고에 출연시키는 등 유명인이나 사회 저명인사를 동원해 투자자를 현혹시켰다.
제이유는 사업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사회지도자급 인사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회사 경영진으로 영입하는 등 치밀한 홍보전략을 펴고 있다. 신규 사업자를 대상으로 나눠주는 제이유의 홍보책자를 보면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서모씨 등 정계와 관계, 재계, 법조계, 교육계 등 37명의 지도자급 인사가 망라돼 있다.
또한 최근에는 조직 역량 강화를 위해 검사장급 검찰 고위인사를 기획조정실장으로, 모 방송국 아나운서 출신이자 전직 국회의원인 박모씨를 대외협력 총괄부회장으로 영입했다.
가수 윤모씨는 지난 2002년 투자한 회사가 불법 다단계 방식으로 무선통신 카드를 판매하는 바람에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되는 고초를 겪은 바 있다.
다단계에 가입했다 막대한 피해를 안고 업계를 떠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물질적 피해도 크지만 그동안 쌓아왔던 소중한 인간관계가 모두 파탄났다”는 것이다. 수십개에 달하는 안티 다단계 사이트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다단계의 유혹에 빠져 이성을 잃었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내용이 많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가족과 친구, 친척, 동문, 동향 등 자신과 가까운 관계인 모든 사람들이 다단계에 있을 동안에는 모두 돈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단계 판매라고 해서 모두 불법은 아니다. 다단계 판매는 지난 2003년 기준으로 전체 매출이 7조9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을 거듭해왔고 판매원도 160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합법적으로 등록을 마친 업체보다 무등록으로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아 피해자와 피해액이 급증하는 추세다.
투자자나 판매원부터 터무니없는 유혹에 넘어가 낭패를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지만 일반인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등록업체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때라고 생각된다.
아울러 공정거래위를 비롯한 관계당국은 등록 및 미등록 업체에 대한 상시감시체제를 갖추고 직권 조사를 강화함으로써 다단계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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