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불뚝이 당신,장은 괜찮으십니까?
30대 중반 직장인 이모씨는 얼마 전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배에 통증을 느꼈다. 평소 사타구니 부위가 툭 튀어나왔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어 신경을 쓰지 않고 있던 터였다. 병원을 찾은 이씨는 복벽에 구멍이 생겨 그곳에 소장이 끼인 ‘탈장’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오랫동안 방치한 탓에 하루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흔히 ‘탈장’은 어린 아이에게만 걸리는 질환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는 탈장 때문에 수술을 받은 20∼40대 청장년층 환자가 전체의 40.4%나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탈장이 복부비만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성인의 탈장은 선천적으로 탈장이 생기는 어린 아이와 달리 비만이나 운동부족 그리고 흡연을 하는 사람에게 많이 발생한다. 이는 복부가 비만한 경우 근육이 약하고 복벽이 팽창되므로 탈장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변을 볼 때 너무 많이 힘을 주거나 흡연으로 근육이 노화되면 탈장이 될 확률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서혜부 탈장이 75% 차지
탈장은 부위에 따라 서혜부 탈장, 대퇴부 탈장, 제대 탈장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흔한 형태가 남자의 사타구니에 생기는 서혜부 탈장으로 전체 탈장의 약 75%를 차지한다. 특히 무거운 짐을 자주 들거나 격렬한 활동과 운동을 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남자들은 근육층이 약해져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혜부 탈장은 넓적다리와 아랫배가 만나는 부위 2∼3cm 위쪽에 생기며 탈장낭은 종종 고환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유독 서혜부에 탈장이 자주 발생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몸통과 다리가 만나는 서혜부는 직립보행하는 인간의 구조상 압력을 많이 받는다. 몸통에서 다리로 향하는 혈관 등 중요한 구조물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도 하다. 여기에 고환의 발생과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 원래 배 안에 머물렀던 고환이 음낭으로 내려오면서 생긴 구멍이 다시 벌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서혜부 탈장은 한쪽에서만 나타날 수도 있지만 양쪽에 모두 나타나는 경우가 전체 10∼20%를 차지한다.
이외에도 대퇴탈장은 서혜부 탈장의 약간 아래쪽. 즉 대퇴와 아랫배가 만나는 선의 바로 아래에서 많이 발생한다. 탈장은 수술한 상처로 생기는 반흔탈장, 배꼽 부위의 약해진 곳을 통해서 발생하는 제대 탈장도 있다.
■방치하면 합병증 생긴다
탈장을 방치할 경우 합병증이 생길 확률이 높다. 탈출된 장 부위에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썩기 때문에 장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까지 해야 한다. 이 경우 수술을 받아도 재발할 확률이 높아진다. 탈장은 자가 진단도 가능하다. 서 있는 자세에서 탈장이 의심되는 부위에 손을 대고 복압이 올라가게 배에 힘을 주거나 기침을 하면 불룩 튀어나오는 것이 느껴진다. 보통 옆구리나 서혜부 주위에 볼록하게 튀어나온 것이 만져지며 운동을 하거나 걸을 때 배 아래쪽이 묵직하게 느껴진다. 복부 팽만감이나 소화불량 등의 증상도 동반한다. 또 기침을 하거나 무거운 것을 자주 드는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되기도 한다. 따라서 탈장을 눈치챘을 시에는 하루 빨리 미루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복압 상승이 주범
탈장은 일상생활과 연관이 있는 만성적인 복압의 상승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우선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규칙적인 배변 습관을 갖고 배변 시 배에 지나치게 힘을 주는 것을 피한다. 복벽을 약화 시킬 수 있는 담배는 되도록이면 끊는 것이 좋고 무거운 것을 들거나 배에 힘이 들어가는 활동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또 천식과 같은 질환으로 기침을 자주하는 것도 복압을 상승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평소 꾸준한 운동과 금연은 탈장을 예방하는 좋은 습관이다.
일단 탈장되면 수술을 해야한다. 과거 탈장수술은 탈장 구멍 주변의 근육과 인대를 당겨 꿰매는 시술로 수술 후 통증이 심한 것은 물론 빈번한 재발과 함께 배가 당겨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공막을 사용한 무장력 수술이 보편화됨 따라 통증을 적고 재발성이 낮다. 무장력수술이란 탈장된 약한 구멍 사이를 인공막을 이용해 단단하게 막아주는 시술로 복강경을 이용해 복벽 안쪽에 인공막을 넓게 보강하는 방법이다. 현재 이용되는 인공막(PHS)은 초기 평면적인 것과 달리 이중으로 탈장을 막을 수 있는 입체적 구조이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좋은 경과와 통증 경감효과가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PHS 인공막에 대해 보험적용을 허가해 저렴하게 수술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적용기준은 65세 이상 고령환자, 재발된 환자, 탈장낭이 3cm 이상인 경우다.
미래항장외과 김호찬 원장은 “탈장 초기에는 기침을 하거나 배에 힘을 주었을 때 덩어리가 불룩하게 튀어나올 뿐 별다른 통증이 없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탈장을 얕보다가는 나중에 장이 썩는 등 큰 탈이 날 수 있으므로 바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