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2006년 증시] 중소증권사 M&A 추진 ‘용두사미’

“꼭 달라져야만 할까. 달라질 수는 있는 것일까.”
오는 2008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올해 증권업계에 던져진 화두다.
너도 나도 글로벌 투자은행(IB)을 표방하면서 사업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IB 업무의 꽃이라 할 대규모 인수합병(M&A) 업무는 여전히 외국계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구조조정의 첫 단추를 끼웠던 서울증권이 M&A 시장에 나왔지만 각종 의혹과 흠집내기로 남은 것은 상처 뿐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오너들이 경영권을 강화하는데 열을 올렸다. 전문화·특화는 뒷전인 채 자신의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란 게 증시 안팎의 시선이다.
■남은 것은 상처 뿐
올해 국내 증권사의 구조조정 신호탄을 쏴 올린 곳은 서울증권.
서울증권 인수에 나선 유진기업과 한주흥산은 각각 지난 7월, 8월에 금융감독위원회에 지배주주 변경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5개월이 지난 22일에야 겨우 실체가 드러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주흥산이 심사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지배주주 변경승인 신청을 전격 철회해 깊은 상처를 남겼다.
한주흥산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특정업체의 손을 들어줬다며 향후 금감위의 권리침해에 대한 행정소송과 국정조사 등을 통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진기업이 지배주주 자격을 얻었지만 서울증권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다.
우선 어떤 식으로 구조조정이 이뤄 질지다. 가장 큰 걸림돌은 강찬수 회장의 진로다.
“유진기업이 대주주가 된 후에도 대표이사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해결 해야할 과제다.
민주금융노조가 “강찬수 회장의 경영권 양도를 목적으로 한 통정매매 행위,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한 회사자금유용 행위 등의 위법성을 제기하고 진정서를 냈지만 감독당국이 이에 대한 조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어 자칫 파국양상을 보일 수도 있는 문제다.
한주흥산의 대응도 문제다. 유진기업이 지분을 25%까지 늘려갈 때마다 한주흥산이나 제3의 인수자가 유진기업에 대응, 지분을 매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자칫 막대한 인수 비용에 사업 구조조정이 뒷전이 될 수도 있는 문제다.
하나금융지주 계열의 대한투신운용 경영권 매각도 제 자리 걸음하고 있다. 최근 UBS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미국 국채 가격의 시세 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7월 말 대투운용 지분 51%를 1500억원에 UBS에 매각키로 했지만 UBS가 스위스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매각에 제동이 걸린 바 있다. 여기에 하나증권 노조가 대한투자증권으로 소매영업을 양도키로 한 결정에 반발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중소형 증권사 전문화 특화는 언제쯤
올해 구조조정에 내몰렸던 중소형 증권사는 M&A설에 시달려야했다.
하지만 대신, 한양, 부국, 동양종금증권 등은 대주주들이 잇따라 지분을 확대하면서 오히려 경영권을 굳히는 분위기다.
증권업협회가 중소형 증권사들의 생존모델 찾기 지원에 나섰지만 기대난이다.
증권업협회는 지난 9월 증권연구원에 ‘중소형 증권사 성장전략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아울러 교보증권, 신흥증권, 한양증권, 한화증권, 유화증권, SK증권, KGI증권 등 7개 중소형 증권사가 ‘증권사 성장전략 모색 증권업계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명쾌한 해답이 없다.
TF팀장인 증권업협회 박병주 이사는“최종 결과물은 내년 1월에나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외국계 사례를 들어 국내 중소형 증권사에 전문화·특화할 수 있는 부문을 찾기 위한 것일 뿐이지 선택은 증권사의 몫이고 인위적인 구조조정 역시 스스로 선택할 문제가 아니겠냐”고 밝혀 얼마나 발전된 모델이 나올지 의심케 하고 있다.
증권가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 구조조정’이 잠재된 폭탄이라고 지적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통합법’이라는 큰 변수가 자리 잡고 있어 중소형 증권사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결국 특화된 사업영역을 찾지 못한 증권사는 M&A시장에 나오거나 퇴출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국증권연구원 강형철 연구원은 “인위적인 구조조정보다는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며 “합병비율 및 주식교환 비율의 탄력성 부여, 증권사 매수재원 및 재무건전성 규제 완화, 과세부담 경감과 같은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문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