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아시아 무능한 지도자에 ‘발목’/송계신 국제부장
지난 97년 외환위기로 홍역을 치렀던 아시아 국가들이 10년 만에 다시 쓴소리를 듣고 있다.
아시아 각국이 최근 경제를 크게 일으켜 곳간에 달러를 풍족하게 쌓는 데는 성공했지만 자질이 부족한 지도자 때문에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심지어 2006년은 아시아 각국에 ‘끔찍한 해(Annus Hollibilis)’였다고 혹평하고 있다.
뉴스위크는 군사 쿠데타가 발생한 태국, 반정부 소요사태에 빠진 필리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대만과 한국 등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고 있다.
특히 냉전 이후 민주화라는 ‘제3의 물결’이 아시아를 풍미한 지 20년이 된 올해 잇따라 발생한 사건은 아시아 주요국의 민주화 성공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고 잡지는 지적한다.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돌아보면 뉴스위크의 비판에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힘들다.
태국은 쿠데타가 발생한 데다 군부 지도자들이 최근 외국자본에 대한 어설픈 규제를 가했다가 주가가 추락하고 통화가치가 급락하자 하루 만에 규제를 철회해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됐다.
필리핀은 반정부 소요사태가 확산되고 이에 따른 사회 혼란이 극심해졌다. 민주주의가 정착됐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뉴스위크는 경제·정치적 측면에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고 나름대로 자부하는 한국과 대만의 자존심에도 생채기를 냈다. 한국과 대만의 상대적으로 젊은 두 지도자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데 실패해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 핵 실험이라는 최대의 안보 위협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등 지도력 부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는 아픔을 겪고 있다고 꼬집었다.
천수이볜 대만 총통은 측근 비리 등의 혐의로 끊임없이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데다 그의 부인이 국유 펀드자금을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두번째 부자 나라인 일본 역시 뉴스위크의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로 중국 지도부와 관계를 악화시켰다는 점을 들어 지도자로서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일본과 중국의 관계가 벌어지는 바람에 북한 핵실험 당시 양국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시아 각국이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국가 지도자에 대한 평가에서 형편 없는 점수를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계화 과정에서 급변한 경제구조를 일차적인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세계화를 통해 경제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그러나 경제성장의 과실이 모든 국민에게 돌아가는 대신 부유층으로 흘러들어가는 불평등 구조를 더 깊게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불평등이 심화되면 부자에 대한 시선이 적대적으로 바뀌고 이는 결국 사회적·정치적 불안을 야기하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심각한 결과를 맞게 된다. 종국에는 지도력을 발휘할 수 없는 사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의 지도자들이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정치적 이득을 위해 여론을 이용하고자 하는 데 있다.
뛰어난 국가 지도자는 문제가 발생하면 독립심과 자신감을 갖고 열정적으로 해결책을 찾아나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아시아 지도자들이 보인 태도는 높은 점수를 기대하기 힘들다.
다중지능이론의 창시자인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 교수는 “가장 뛰어나고 가장 보기 드문 지도자는 비전적 리더”라고 말한다.
그는 또 훌륭한 지도자는 국민의 잠재의식 속에 숨어 있는 비전을 끌어내 발전적으로 이끌어가는 ‘이야기꾼’이라고 정의한다. 성공적인 지도자의 덕목으로 간단 명료한 화법과 높은 목적의식, 긍정적인 태도 등도 꼽는다.
그렇다면 만약 지도자에게 국민을 이끌어갈 명쾌한 이야기가 없다면 그는 사고의 수준이 낮거나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있거나 공부를 게을리 하는 사람이 분명할 것이다. 아시아 지도자들의 모습이다.










